▶마켓인사이트 12월15일 오후 5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벤처 투자를 위해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손을 잡았다. 이들 기업인은 ‘전통산업의 성장성 둔화에 대응해 미래 성장산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박 회장 생각에 공감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국내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이 국가의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벤처 생태계와 자발적인 상생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마켓인사이트] '미래 투자 전도사'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해진·서정진·허연수 직접 만나 의기투합
◆미래 산업에 적극 투자

박 회장은 이번 펀드 조성을 위해 연초부터 직접 발로 뛰었다는 후문이다. 투자자로 참여할 기업 총수들을 일일이 만나 펀드 조성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LG그룹도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정보기술(IT) 및 바이오 분야 대표 기업으로 구성된 ‘연합군’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지원하기 위해 롯데그룹 등과 ‘코파펀드’라는 매칭펀드를 조성한 사례는 있지만 금융회사가 민간 기업들과 자기자본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미래 성장산업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밝혀 왔다. 그는 당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제조업은 이미 중국이 다 따라잡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바이오, 전기자동차 같은 미래형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업에도 투자 계획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월 신성장 산업과 관련한 투자를 전담하는 신성장투자본부를 신설하고 관련 준비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왔다. 펀드 운용주체는 신기술투자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지만 미래에셋그룹에서 주요 출자자는 자기자본 6조7000억원 규모로 오는 29일 출범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계열사들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다른 기업들에 손을 내민 것은 미래에셋 홀로 투자하기에는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 규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하락 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또 양질의 투자 대상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사업에 대한 안목을 가진 기업들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펀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투자 기업을 물색할 계획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아직 투자 대상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벤처기업으로만 투자 대상을 제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규모가 큰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