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돌았는데…본사에 700억원 송금한 JP모간
미국계 증권사 JP모간이 올해 벌어들인 700억원을 본사로 가져간다. 연초 배당분과 합치면 올해 송금하는 금액만 1000억원을 넘겨 역대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 주관한 거래가 잇따라 무산돼 ‘위기설’이 돌았음에도 이익 측면에서 건재함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JP모간 서울지점은 이날 미국 본사로 올해 중간 배당금 700억원을 송금했다. 회사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 1분기에 송금한 380억원을 포함하면 올해 본사로 보낸 돈은 총 108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공개된 지난 3년 중 가장 많은 액수다. JP모간은 2014년에 280억원을 송금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29억원을 보냈다.

외국계 증권사 지점의 본사 송금은 본사가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일종의 배당이다. JP모간은 직전 연도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매년 1분기에 송금해 왔다. 배당성향은 100%에 가까웠다.

올해 이례적으로 두 번에 걸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보낸 건 그만큼 높은 이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JP모간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수익 1038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수료 수익이 766억원이다. 전년 동기 영업수익과 수수료 수익은 각각 969억원, 674억원이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380억원으로 이미 작년 1년치(385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달성했다.

업계에선 올해 JP모간이 주관하는 거래마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돌았던 ‘위기설’을 일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 들어 JP모간이 주관한 거래 중 상당수가 실패하거나 난항을 겪었다. 약진통상 매각을 주관했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철회했다. 로젠택배는 영국 CVC캐피털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으나 거래를 마무리(클로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두산밥캣은 1차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약 20년간 JP모간 국내 영업을 이끌다가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 한국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임석정 전 회장의 공백 탓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자문 분야는 다소 위축됐지만 채권 세일즈 등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한 것이 호실적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또 라인 일본 상장, 아쿠쉬네트의 미국 증시 상장 등 올해 대표적인 해외 IPO를 대표 주관하면서 국내 IPO 수수료에 비해 비교적 높은 금액을 챙겼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 해 1000억원이 넘는 본사 송금은 전체 외국계 증권사를 통틀어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이라며 “배당 규모로 보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매년 본사로 보내는 데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은 기업 자율에 따라 이사회를 거쳐 정하는 사안이어서 얼마를 보내든 문제는 없다”면서도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나 기부 등이 전혀 없는 만큼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다”고 전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