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세계 시장 점유율은 75%에 달한다. 세계적인 반도체 소자회사들이 국내 업체들이지만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유진테크는 독자 기술력을 기반으로 더디지만 조금씩 국산화율을 높여 가고 있는 반도체 장비주로 꼽힌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수혜 외에도 해외로 거래처를 넓혀 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숨고르기 끝난 주가

해외로 발 넓히는 유진테크…다시 상승 채비
유진테크는 13일 7.81% 오른 1만725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올해 32.69% 뛴 주가지만 지난 8월 찍은 연중 고점(2만2200원) 대비 22.3% 낮은 수준이다.

올해 반도체업계의 활발한 미세공정 전환과 3차원(3D)낸드 투자 확대 관련 수혜주로 주목 받으면서 두 배 가까이 오른 뒤 10월부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3분기 실적이 추정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2개월 만에 20% 넘게 빠지자 ‘과도한 하락’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달 들어서는 주가가 다시 반등세를 타고 있다.

김승욱 유진테크 전략기획실 부장은 “장비주는 수주와 납품 시기에 따라 분기별 매출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연 단위 실적 추이가 중요하다”며 “미세공정에 따른 공정수 증가에 맞춰 장비 라인업을 확대하고 계획대로 내년 해외 대형 거래처에 공급을 시작하면 2018년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테크는 반도체 전(前) 공정에 필요한 저압 화학증착장비(LP CVD)와 플라즈마 처리장비를 만들고 있다. 증착은 웨이퍼에 얇은 막을 입히는 작업으로, 고부가 증착장비 분야에서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등이 경쟁사다. 올해 D램 업황 호조로 국내 주요 반도체 소자업체들의 투자가 늘면서 유진테크는 상반기(265억원)에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186억원)을 넘겼다. 3분기(85억원)에 이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40억원)는 주춤하지만 연간으로는 지난해(186억원)의 두 배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성장성 비해 저평가

반도체 장비주 중에서도 유진테크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유력 업체를 신규 고객으로 추가하면서 중장기 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고객 확대 효과로 2018년 매출은 1954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테크는 영업이익률도 20%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은 26.48%에 달한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컨센서스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국내 다른 반도체 장비주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무차입금 경영을 통한 재무안전성과 꾸준히 지급 중인 배당금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9.62%, 배당수익률은 1.5%였다. 연구개발(R&D) 관련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다. 146명의 직원 중 절반에 가까운 68명이 R&D 인력이다. 김 부장은 “매년 매출의 15%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며 “반도체 증착 장비는 기술이 곧 경쟁력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