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9일 오전 9시27분

국내 5위 생명보험회사 ING생명이 내년 상반기 증시에 상장한다. ING생명 주식을 100%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추진해온 매각작업이 장기화되자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틀어서다.

◆“내년 2분기 상장”

ING생명, 내년 상반기 상장 추진…매각·IPO '투트랙' 전략 나선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은 내년 2분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모건스탠리와 삼성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한국거래소에도 상장 예비심사 신청 계획을 통보했다.

지난 7월 한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계 기업과 벌여온 매각협상이 난항을 겪자 새로운 투자금 회수 전략을 찾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인수 후보 중 일부는 MBK가 원하는 3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내는 등 인수의지가 강했지만 사드 배치 결정 직후부터 분위기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이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10억달러 이상의 해외 투자를 막는 등 중국의 해외투자 규제가 강화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NG생명은 2월 매각 결정 이후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털, 중국계 타이핑생명, 푸싱그룹 등과 협상을 벌였다.

ING생명이 IPO로 선회한 데는 생명보험사의 기업 가치가 좀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도 한몫했다. 2021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당초 예상보다 보험사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되 보험사의 미래 이익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전환 시점에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자본금 확충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장된 생보사 주가가 뛰었다.

◆매각도 병행…‘투트랙 전략’

매각자인 MBK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ING생명의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서다. 올해 상각전 이익(EBITDA)은 전년보다 10%가량 늘어난 4000억원대 중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MBK는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1조2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올해 1월 차환하는 데 성공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MBK는 ING생명의 IPO를 추진하되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면 매각으로 다시 전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IPO와 매각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기업이 다시 인수 의사를 밝히면 팔 수도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안다”며 “IPO를 통해 MBK의 보유 지분을 줄인 뒤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생명은 지난 9월 말 기준 총자산 규모 31조7984억원으로 업계 5위다. 2014년 2235억원, 지난해 304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MBK는 2013년 말 이 회사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사들였다.

정소람/박신영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