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8일 오전 6시12분

경동도시가스 경동나비엔 등으로 구성된 경동그룹의 3세 승계 작업이 물밑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창업주인 고(故) 손도익 명예회장의 장남 손경호 전 경동도시가스 회장(73)과 차남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66) 자녀들이 계열사에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경동그룹, 지주사 전환하고 계열사 지원사격…경동도시가스·나비엔 3세 승계 '속도'
경동도시가스가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손경호 전 회장의 장남 손원락 경동도시가스 이사(40)의 지분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연호 회장의 장남 손흥락 경동나비엔 차장(35)도 지분을 보유한 (주)경동원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배력 넓히는 오너 3세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동도시가스는 내년 4월1일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경동인베스트와 사업회사 경동도시가스로 쪼개질 예정이다.

경동도시가스 최대주주는 경동홀딩스로 지분 32.1%를 보유하고 있다. 손경호 전 회장(7.0%)과 손원락 이사(1.3%)도 대주주로 있다. 경동홀딩스는 손 전 회장(21.1%)과 손 이사(15.6%), 손 전 회장의 부인 이동순 씨(3.6%)가 대주주다.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면 ‘손경호 전 회장 일가→경동홀딩스→경동인베스트→경동도시가스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된다. 계열사를 관할하는 지주사 위에 지배회사가 있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다.

손원락 이사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옥상옥 구조로 지배구조를 개편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주사로 출범할 경동인베스트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경동도시가스 주주와 주식교환에 나설 전망이다. 손 이사가 보유 중인 경동도시가스 지분을 주는 대신 경동인베스트 신주를 받는 방식으로 지주사 지분을 확대하며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손 이사는 지난 3월 경동도시가스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05년부터 이 회사 살림을 총괄해온 송재호 회장(50)의 역할도 관심이다. 송 회장은 손 전 회장의 사위이자 손 이사의 매형이다.

최근 회사 실적이 악화되면서 송 회장의 입지가 다소 줄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경동도시가스의 2015년 매출은 전년 대비 39.3% 하락한 1조5154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실적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경동원 ‘지원사격’

경동도시가스와는 대조적으로 보일러 업체 경동나비엔의 실적은 좋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바탕으로 올 들어 9월 말까지 3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1.5% 늘어난 수치다.

경동나비엔 실적이 향상되면서 이 회사 지분 50.5%를 보유한 경동원도 수혜를 보고 있다. 경동나비엔으로부터 받는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동원은 제어장치를 비롯해 보일러 관련 제품 1000억원어치를 매년 경동나비엔에 납품하고 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경동나비엔에 860억원어치를 공급했다.

경동원은 손연호 회장과 손흥락 차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88.86%에 달한다. ‘손연호 회장 일가→경동원→경동나비엔’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안정적인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경동원 덕분에 손연호·손흥락 부자가 자산을 불리고 지배력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조달받고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관계회사와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