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대체로 신중모드…투자금 후강퉁 때만 못해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 시행 첫날인 5일 국내 증권사 창구는 특별히 붐비지 않았다.

2년 전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 시행 첫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라는 게 대부분 증권사의 진단이다.

후강퉁 도입 당시 유동성 유입 효과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로 상하이 지수가 5,000대까지 급등했다가 반 토막 수준으로 추락, 손실을 본 학습효과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특히 이날 중국 선전증시가 약보합세를 보인 점도 국내 투자자들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오현석 삼성증권 차이나센터장은 "문의는 늘고 일부 거래도 있지만 조바심을 내면서 덤비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오늘은 중국 증시가 약세인 점도 투자자들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진 대신증권 금융주치의추진부 팀장은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로 아시아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선강퉁 시장도 차분한 시작을 했다"며 "국내 투자자들도 후강퉁으로 중국 주식에 익숙해진 만큼 막연한 기대보다는 종목별 접근을 할 것으로 보인다"로 예상했다.

다만 고객 문의나 상담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대기 매수세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김정훈 키움증권 글로벌영업팀장은 "선강퉁 개시를 앞둔 지난 1∼2일 위안화 환전액이 평소보다 2배로 늘었다"며 "선강퉁 개통과 동시에 선전 A주 주요 우량주 종목의 매수량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비즈팀장도 "선강퉁에 관심을 둔 투자자가 상당히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시장 상황을 보면서 순차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기해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총 16개 국내 증권사는 선강퉁 종목의 매매주문을 처리하기 시작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 선강퉁 종목에 투자된 금액은 약 96억원(키움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KB투자증권은 미집계)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전 후강퉁 때보다 못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별로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이날 매수 상위 종목에는 해강위시, 메이디그룹, 비야디, 오량액, 완다시네마 등이 포함됐다.

증권사들은 선강퉁 개시를 기념해 경품 등 각종 판촉 행사에도 돌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날부터 '선강퉁 Lotto 3/50' 등 고객의 거래방식에 맞춘 다양한 이벤트를 3개월간 진행하며 SK증권도 내년 3월 3일까지 해외주식 첫 거래 고객에게 선전, 상해, 홍콩 증시 상장사 종목편람을 제공한다.

키움증권은 총 상금 2천500만원을 내걸고 '중국주식 실전투자대회 키움 영웅전'을 오는 19일부터 내년 2월 초까지 진행한다.

유안타증권도 올해 말까지 선강퉁 실시간 시세를 무료로 제공하는 한편 선강퉁 종목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경품 행사를 4주간 벌인다.

남택민 하나금융투자 해외증권팀 부장은 "중국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과 거래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선강퉁의 의미 자체는 크다"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중국 증시를 전반적으로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