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2300억 환매…공모주펀드 '몸살'
공모주펀드에서 한 달 새 23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에 자금몰이를 주도했지만 지난 10월부터 이탈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저조한 데다 연말 채권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성과가 부진해진 탓이다.

◆예금이자 밑도는 수익률에 ‘실망’

한달 새 2300억 환매…공모주펀드 '몸살'
공모주펀드는 자산의 90% 이상은 채권에 투자하고, 10% 미만을 공모주로 담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채권혼합형 상품이다. 은행예금보다 높은 연 2~3%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춘 상품이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119개 공모주펀드가 거둔 수익률은 0.84%에 그쳤다. 최근 5년 중 가장 저조한 성과다. 공모주 투자 성과가 신통치 못했던 데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등 대어급 공모주에 대한 기대에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7000억원 넘는 자금이 공모주펀드로 몰렸다. 하지만 10월 들어 환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빠져나간 자금은 2352억원으로 집계됐다. ‘맥쿼리스타공모주’, ‘마이다스단기국공채공모주’, ‘동양뱅크플러스공모주10’ 등에서는 한 달간 각각 2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환매됐다.

◆“신규 투자는 내년 2월 이후”

절세는 물론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서도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KTB공모주분리과세하이일드’,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 등이 대표적인 펀드다. 이들 펀드에선 최근 한 달간 각각 121억원, 116억원이 빠져나갔다.

손석찬 KTB자산운용 상품마케팅 부장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주로 만기가 1~2년인 사모형으로 많이 설정됐다”며 “최근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환매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공모주가 없어도 하이일드채권 및 우량채권에서 이자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금을 대신해 재가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환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손 부장은 “올해는 과열된 투자경쟁으로 공모가가 높게 산정돼 수익률이 저조했지만 내년에는 발행 회사들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해 수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투자자라면 내년도 기업공개(IPO)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내년 2~3월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