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일 오후 4시6분

[마켓인사이트] 정부, 내달 10억달러 외평채 발행
정부가 다음달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과 미국 대선 이후 나타난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불안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번 외평채 발행은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17일 최소 1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전 세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 만기는 10년, 금리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2일 기준 연 2.7895%)에 최소 0.4~0.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발행 실무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골드만삭스 JP모간 HSBC 산업은행 삼성증권 등 7개 금융회사가 맡았다.

한 증권사 자본시장본부장은 “2006년 북한 핵실험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외평채 발행이 연기되면서 신인도에 금이 간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정치 리스크 등으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외채 이자가 오르는 현상)’에 대한 시장 우려도 다소 잠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금리)은 지난 1일 0.4943%포인트로 지난달 초(0.4246%포인트)보다 0.07%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외평채23(2013년 9월 발행)의 가산 금리도 이 기간 0.06%포인트 상승(0.19%포인트→0.25%포인트)했다. 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한국 정부의 채권 상환 능력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CDS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급등하긴 했지만 스페인(0.883%포인트) 이탈리아(1.7824%포인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치솟고 있다는 점도 외평채 발행을 앞둔 정부로선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평채 발행 성공 여부보다는 가산 금리를 얼마나 얹어줘야 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발행 금리가 높게 결정되면 향후 국내 기업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 8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사상 최고인 ‘AA0’로 오른 만큼 유리한 조건에 외평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A0’는 10개 투자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단계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이 이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달러 표시 외평채를 발행하는 것은 2014년 6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한국의 국가 신용도는 지금보다 한 단계 낮은 ‘AA-’였다. 외평채(30년 만기) 발행 금리는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에 0.725%포인트를 얹은 연 4.125%였다.

■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정부가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

하헌형/정소람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