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30일 오후 4시8분

삼성전자가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시장이 화답했다. 삼성전자가 30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유다. 삼성전자가 전날 “앞으로 6개월 동안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에선 지주회사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보는 시장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마켓인사이트]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4대 관전 포인트
(1) 삼성물산과 전자 지주 간 합병 여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공식화된 만큼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대목은 “현재로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합병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전날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CFO·최고투자책임자)의 발언이다. 겉으로는 합병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합병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선(先) 삼성전자 분할, 후(後) 삼성물산 합병 추진’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전자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삼성전자에 대한 대주주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정치적 상황이나 제도상의 규제 등을 따져가며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 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주식 교환 절차를 거쳐 지주회사가 출범하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크게 올라간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13.16%) 의결권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97%가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 15%로 전환돼 지분율이 3배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6월 말 현재 삼성전자 지분 4.18%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 7.43% 중 1~2%만 가져와도 30%에 가까운 지주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는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가 오르기 전까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 간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 지주사 전환 시기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사 전환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도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내년 새 정부 출범 이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상 규제 때문에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보다 우선 진행되거나 최소한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에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차기 정권으로 공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 부사장은 “삼성그룹이 법 개정 상황을 피하려고 쫓기듯 지주회사를 출범시키진 않을 것”으로 봤다.

(3) 엘리엇의 숨은 노림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날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작업이 본격화되면 양측의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당 확대, 지주회사 전환 검토 등 삼성전자가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방안은 지난달 초 엘리엇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당시 엘리엇은 △배당 30조원으로 확대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간 합병 △삼성전자 사업 자회사의 나스닥 상장 등을 요구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달 엘리엇의 요구는 엘리엇이 요구할 수 있는 맥시멈(최대치)인 데 비해 어제 삼성전자의 발표는 미니멈(최소치) 카드”라고 평가했다. 이런 격차 때문에 “삼성과 엘리엇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내년 삼성전자 주총을 앞두고 정식 주주 제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4) 남매간 계열 분리 가능성

전문가들은 삼성이 지주회사 재편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3남매 간 향후 계열분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전문가는 “LG그룹이 2000년 지주회사로 전환할 당시 LG와 GS그룹, LS그룹의 계열 분리가 이뤄졌다”며 “삼성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들이 회사를 나눠서 경영할지 지주사를 공동 소유할지 여부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보유 자산 상속이나 증여 문제도 함께 검토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3.49%,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6% 등 총 14조원 안팎의 삼성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