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용사이클은 상승기의 끝물…하강기에도 투자기회 온다"
미국 부실채권 전문 사모펀드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 막스 회장(사진)은 “현재 세계 경제의 신용사이클은 2008년부터 시작된 상승기의 마지막 구간에 와 있다”며 “하강기에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막스 회장은 시장이 좋을 때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역행’ 투자자(contrarian)로 유명하다.

신용사이클이란 돈을 쉽고 싸게 빌릴 수 있는 상승기와 금리가 높고 대출 조건도 까다로워지는 하강기가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상승기가 끝나고 하강기가 시작되면 시중에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한다. 부실채권 투자자들은 이때 부실화된 자산을 싼 가격에 선별적으로 사들여 차익을 노린다.

막스 회장은 ‘현재 신용사이클이 야구에 비유하면 몇 회 정도냐’는 질문에 “8회 정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에 있는 건 분명하지만 투자심리가 정점에 달했던 2007년 정도로 과열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지만 신용사이클을 야구 회차에 비교하는 것은 게임이 언제 끝날지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덧붙였다. 거품이 언제 빠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막스 회장이 ‘신용사이클이 하강기로 바뀌는 시점을 알 수 없다’고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자산 가격이 언제 오르고 내릴지를 예측해 투자하는 이른바 ‘마켓타이밍’이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는 “오크트리는 현재의 신용사이클을 진단해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할 때인지 신중할 때인지 판단하지만 앞으로 사이클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해 투자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채권에 투자할 때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것에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막스 회장은 “금리 6%의 미국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채권을 상환 능력을 정확히 분석한 뒤 사들였다면 금리가 8%로 상승(가격 하락)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해 연 6%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투자자는 연 6%의 수익률이 자신의 투자 목표에 맞는지만 따져보면 된다”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또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기업 친화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는 인프라 투자와 규제 완화, 세제개혁을 약속했다”며 “민주당 정치인들처럼 은행을 공격하거나 제약회사를 압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대선 후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주식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을 환호했지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은 매우 컸다”며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좋아하지만 채권은 싫어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1970년대 채권시장 약세를 예견한 투자자 헨리 카우프만의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을 인용해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된 저금리(높은 채권 가격) 추세가 끝났으며 이는 구조적인 변화라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오크트리캐피털은 막스 회장이 1995년 세운 부실채권 전문 투자회사로 지난 9월 현재 운용자산이 1000억달러(약 117조원)에 달한다. 오크트리는 2014년 조성한 펀드를 통해 2018년부터 3년간 부실채권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막스 회장은 “지난번 경기침체(2008년)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께 다시 경기침체가 일어나 투자 기회가 생길 것으로 판단하고 펀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에는 국민연금 등 한국 기관투자가들도 많은 자금을 대고 있다.

워드 막스 회장은? 워런 버핏이 신뢰하는 투자자

1946년 미국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제학 학사)을 졸업하고 시카고대에서 회계 및 마케팅 경영학 석사(MBA)를 땄다. 1969년 미국 씨티코프 인베스트먼트에서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투자업계에 입문한 뒤 부사장 및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를 지냈다. 1985년 TWC그룹으로 옮겨 부실 채권, 고수익 채권 등의 투자를 총괄하다가 1995년 오크트리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해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직접 투자 기회와 리스크(위험)에 대한 논평을 담아 메모 형식으로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 보글금융시장리서치센터 대표 등도 막스 회장의 메모를 가장 먼저 열어볼 정도로 신뢰받는 투자자로 알려졌다.

유창재/안상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