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8일 오후 3시41분

금융감독원이 기업들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일정기간 이후 되살 수 있는 조건(콜옵션)’을 넣는 관행을 도마에 올렸다. 대주주들이 편법적으로 지분을 늘리거나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콜옵션 CB를 악용할 수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태 파악 나선 금융당국

[마켓인사이트] 두 얼굴의 '콜옵션 CB' 발행 제동?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2~3년간 CB를 발행한 기업을 대상으로 콜옵션 조건을 넣었는지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발행물량 대비 콜옵션 행사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콜옵션을 넣은 목적은 무엇인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관련 공시를 강화하거나 발행조건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 등이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대주주가 콜옵션 CB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CB의 전환가격은 발행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대주주는 향후 회사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을 활용해 시세보다 싼 값에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3년간 발행된 사모 CB 중 대부분에 콜옵션 조건이 들어가 있지만 상당수 발행 기업이 이 사실을 공시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공시를 하더라도 콜옵션을 누가 얼마만큼 가져가는지 등 민감한 정보는 드러나지 않는다”며 “내부정보를 아는 대주주가 미리 CB를 발행해 놓고 주가가 오를 때에 맞춰 콜옵션을 행사해 시세차익을 올리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7일까지 발행된 CB는 3조2225억원어치로 이 가운데 사모 방식으로 발행된 물량은 2조5631억원에 달한다. 사모 CB 발행물량의 20~50%가량에 콜옵션 조건이 붙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기업들 “자금조달 경색” 우려

기업들은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콜옵션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100주로 전환할 수 있는 CB를 발행했을 때 지분율이 30%인 대주주는 30주에 해당하는 CB를 가져와서 전환해야만 기존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

CB를 발행한 한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은 안정적인 경영을 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선의의 목적으로 콜옵션을 활용한다”며 “이를 규제한다면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증자가 어려운 기업들이 자금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콜옵션 CB 발행을 막기보다는 관련 공시를 강화하거나 비중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콜옵션을 최종적으로 행사하는 게 누구인지 밝히도록 하고, 콜옵션 행사 비중이 과도하지 않도록 한도를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채권. 발행기업 주가가 정해진 가격보다 높을 때는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