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기 제품인 아이폰8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채용키로 결정한 가운데 디스플레이 관련주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고집해오던 애플이 OLED를 선택하면서 중국의 후발주자들까지 이를 따르며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내년부터 본격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으로의 진화도 OLED 관련주의 상승세를 이끌 전망이다.
올해 '반도체 랠리'처럼…내년 '디스플레이 랠리' 온다
◆일본 업체들은 벌써 ‘활활’

올 하반기 주식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주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를 이끈 ‘반도체 랠리’가 내년에는 ‘디스플레이 랠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본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재팬디스플레이와 샤프가 10월 이후 각각 77.5%, 36.3%나 급등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0거래일 동안 7.2% 상승하며 불을 지피고 있다.

OLED는 플렉시블(휘는) 폴더블 패널 등으로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웨어러블, 가상현실(VR) 기기 등 신개념 기기에 필수적이다. 내년부터 폴더블폰이 상용화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OLED가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매출 기준)이 2020년 52%로 LCD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TV 패널에도 OLED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로 다른 IT주들에 비해 가격 부담도 작다. 경기 파주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OLED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일본 소니의 차기 OLED TV 패널 공급처로 거론되고 있다. LCD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중국 업체들이 OLED로 눈을 돌리면서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유망 장비업체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대규모 설비투자는 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업체들에 기회라는 분석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 등 6개사는 2020년까지 OLED 공장 설립에 2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국 LCD산업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2~3년간 중국 OLED산업이 고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성엔지니어링 테스 에스티아이 AP시스템 원익IPS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대표적 반도체장비 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5일 “올 3분기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44%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포인트 늘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올해 OLED 투자를 공격적으로 펼치며 매출 구조를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테스도 작년과 올해에 걸쳐 중국 업체들과 130억원 규모의 OLED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에스티아이는 OLED용 인쇄장비에 강점을 갖고 있다. 수년간 중국 패널업체들에 장비를 납품하며 신뢰를 쌓았다는 평가다. 올 하반기 주가 상승률이 25.3%에 이른다. 폴더블폰에서 커버 유리를 대신할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추천주로 거론된다.

AP시스템은 중국 업체들의 수주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AP시스템의 매출이 올해 4181억원에서 내년에 7859억원으로 88% 급증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