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3일 오후 4시20분

[마켓인사이트] 9개월 만에 막 내린 회사채 금리 '연 1% 시대'
미국 대선 이후 시장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급락)하면서 국내 회사채 발행 기업 중 절반가량이 누려온 ‘회사채 금리 연 1%대 시대’도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28일 5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를 연 2.06%로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부장은 “롯데칠성음료가 이달 초 회사채를 발행했더라면 1.7~1.8%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이번 회사채 발행 금리의 기준으로 삼은 이 회사 채권의 유통 금리는 지난 22일 연 2.065%로 미국 대선일인 8일(1.705%)보다 0.36%포인트 올랐다. 롯데칠성음료의 신용등급은 전체 20개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AA+’다.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 유통 금리는 지난해 3월 현대오일뱅크(신용등급 AA-)가 7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1.976%로 발행하면서 처음으로 1%대로 접어들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전체 437개 채권 발행 기업 중 231개 업체(52.9%)에 ‘AA-’ 이상 등급을 매기고 있다.

작년 하반기 미국이 9년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우려로 잠시 2%를 넘었지만 이내 등급이 높은 순서대로 다시 1%대에 안착했다. 최고 등급인 ‘AAA’ 회사채는 작년 12월, 그보다 세 단계 낮은 ‘AA-’ 회사채는 올 2월 1%대에 재진입한 뒤 줄곧 내림세를 탔다. 지난 8월에는 SK E&S(AA+)가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사상 최저 금리인 연 1.482%로 발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일부 기관투자가는 국내 회사채 투자 비중을 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말 미국의 2차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9월 상승세로 돌아선 회사채 금리는 미국 대선 직후 일제히 2%대로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국내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순 있지만 기업들이 초저금리로 돈을 빌리는 시대는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시장 금리가 사상 최저점 대비 0.5%포인트 넘게 오른 상태”라며 “(저점 수준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 초 자금 조달을 계획한 KT(AAA) 이마트(AA+) 현대제철 LG전자(이상 AA0) 등 대기업은 애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른 조달 비용을 감수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1.775%로 18일(1.736%) 이후 3거래일 만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올해 국내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2014년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전날 파라다이스(AA-)는 이달 말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 기업의 회사채 순발행액은 -2조6382억원을 나타냈다.

하헌형 / 서기열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