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분야 전문가인 국내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연말~내년 초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미국 주식시장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있지만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주가가 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향후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할 업종으론 올해 하락폭이 컸던 제약·바이오업종이라고 답했고, 기피해야 할 투자 대상으론 미국 채권 상품을 꼽았다.
증권사 PB 50人이 말한다…트럼프 시대·금리상승기 재테크
◆유럽·일본, 아무도 추천 안해

한국경제신문이 17일 국내 주요 11개 증권사 PB 50명을 대상으로 ‘트럼프 시대·미국 금리 인상기 재테크’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2%(26명)는 미국 주식이 연말~내년 초 가장 유망한 투자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선강퉁(선전·홍콩증시 교차 거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과 금 투자를 추천한 PB는 각각 10%(5명)로 뒤를 이었다. 반면 최근 국내 펀드 수익률 부진과 맞물려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답한 PB는 한 명도 없었다.

내년 해외펀드 유망 지역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PB 50명 중 절반 이상(28명·56%)이 ‘미국 주식형펀드’라고 답했다. 서지원 미래에셋증권 강남롯데지점 PB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자국 기업의 실적 개선과 재정확대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트럼프 시대를 맞았다고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단 냉정하고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증시에 대한 전문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PB는 22%로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만큼 증시도 이에 영향을 받아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해외 펀드 중에서 베트남을 추천한 PB(18%)도 많았다. 신흥국 가운데선 최다 득표다. 반면 은행 부실과 기업 실적 악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펀드와 일본 펀드를 추천한 PB는 한 명도 없었다.

◆“한국 금리 인상은 한 차례”

연말~내년 금융시장 변동성의 ‘태풍의 눈’이라고 할 미국 기준금리 인상폭에 대해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52%)이 절반을 넘어섰다. 연 0.25~0.5% 수준인 미국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가 38%로 가장 많았다. 0.75%포인트 또는 1%포인트 올릴 것이란 답변은 각각 10%와 4%였다.

이 같은 금리 상승 기조 속에 당장 비중을 줄여야 할 투자처로 미국 채권(26%)을 꼽은 전문가가 많았다. 신영기 현대증권 대치WMC지점 PB는 “수년 동안 이어져 온 채권 강세장은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조만간 끝날 것”이라며 “채권 관련 상품을 점차 현금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72%가 현재(연 1.25%)보다 0.25%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18%에 머물렀다. 내년 국내 주식시장 유망 업종으로 제약·바이오를 꼽은 PB가 30%로 가장 많았다. 올해 제약·바이오업종의 하락폭이 컸던 데다 트럼프 당선자가 의약품 가격 안정을 위해 의약품 수입을 늘릴 것이란 기대에서다. 정보기술(IT)업종이 유망하다는 답변은 22%를 기록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