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도 "주가 추이 의심스러워"…예의주시

대우건설이 한미약품 사태가 채 가시기도 전에 미공개정보 유출 의혹에 휩싸였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올해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았다는 악재성 공시가 나오기 전에 주식 공매도 물량이 상장 이래 최대치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우건설의 지난 11일 공매도 거래량은 119만5천385주로 상장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날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83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였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따라서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면 공매도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대우건설 외부감사인 딜로이트안진은 올 3분기 재무제표 검토보고서에서 "공사 수익, 미청구(초과청구) 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사안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의견거절'을 표명했다.

이 내용은 대우건설 주식에 대한 최대 공매도 거래가 이뤄지고 2거래일 째인 지난 14일 장 마감 후 공시됐다.

대우건설 주가는 이 여파로 15∼16일 이틀간 19.18% 급락했다.

17일에도 0.36% 내린 5천470원에 거래가 끝났다.

대우건설 주식 공매도 세력은 이런 악재 공시가 나오기 전인 11일에 주당 평균 6천989원에 공매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한 투자자가 11일 6천989원에 공매도한 뒤 15일 종가(5천810원)에만 되샀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2거래일 만에 주당 16.8%(1천179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미공개 정보가 사전 유출됐음을 보여주는 대우건설 주식의 이상 거래 동향은 다른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이달 들어 감소 추이를 보이던 대우건설 대차잔고가 11일 196만5천972주 급증해 총 3천258만2천733주로 불어났다.

주식을 빌려 놓는 대차잔고는 전부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또 지난 8일까지 수십만주에 그치던 대우건설 주식 일간 거래량은 9일부터 급증해 11일에는 1천만주에 육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공매도 대차잔고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갑자기 11일 엄청나게 늘었다"며 "평소보다 잔고가 많이 늘어난 점은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주가 추이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국거래소가 자료를 분석하고 있고, 미공개정보 유출 혐의점이 발견되면 조사 주체를 결정해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대우건설 공매도와 관련해 주가 추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한미약품이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기 전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와 정보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당시 한미약품 주식을 공매도한 세력을 상대로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