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업체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시대’가 열리면서 수출 환경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에 현대자동차그룹 주가가 급락했다. 멕시코 공장을 가동 중인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삼성전자가 미국 전자장비 전문기업 하만을 전격 인수하면서 자동차 전장업체 주가는 크게 뛰어올랐다. 삼성의 시장 진입으로 현대차에 쏠려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밸류체인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이냐 현대차냐…자동차주 '줄 세우기' 시작됐다
◆트럼프 공약, 악재만은 아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차는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 9일 이후 10%가량 하락했다. 이날은 0.14% 상승했지만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5.05%, 현대모비스는 7.40%, 현대위아는 6.67% 주가가 내렸다. 트럼프 당선자가 무역 장벽을 쌓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올해부터 멕시코 공장을 가동한 기아차와 현대위아의 낙폭이 특히 컸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깨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에 최대 3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트럼프 당선자 공약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포함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경쟁 관계 따져야

전문가들은 무조건 자동차주를 팔 게 아니라 일본 등 경쟁 업체와의 비교우위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훼손 폭이 더 크면 국내 업체엔 오히려 수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당선자가 한·미 FTA나 NAFTA는 놔두고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먼저 폐기할 경우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자동차업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은 최소 2~3년이 필요하지만 TPP는 추진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져 일본 자동차업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밸류체인의 수혜주는

멕시코 역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업체의 소형차 수출기지다. 닛산의 멕시코공장 연간 생산능력은 120만대, 제너럴모터스(GM)는 66만대, 포드는 50만대다. 기아차(30만대)보다 더 많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쟁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당선은 국내 완성차업체에 오히려 기회 요인”이라며 “기아차 멕시코 공장 역시 생산 초기 단계로 중남미 지역 수출 확대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내년엔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G70과 신형 쏘나타 등의 출시가 예정된 만큼 ‘신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발표로 국내 자동차업계 지형도가 어떻게 달라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만 인수가 알려진 다음날 자동차용 스피커업체 에스텍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스마트카 솔루션업체 인포뱅크는 최근 2거래일간 9.1%,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를 생산하는 미동앤씨네마는 6.9% 상승했다. 자금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산업에 진출하면 자동차 전장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기존 현대·기아차 중심의 국내 자동차 밸류체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이 커넥티드카 등 스마트카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관련 부품업체들의 부침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은이/최만수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