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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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이 '트럼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까지 더해진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며 상승 모멘텀(동력)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4분기 내내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외국인이 쉽게 복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36분 현재 전날보다 2.46포인트(0.12%) 오른 1976.86에 거래중이다. 지수는 장중 1970선이 붕괴됐으나 개인, 기관의 사자세에 힘입어 반등했다.

이달 초 2000선에서 거래되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뒤 1970선에서 등락을 이어오고 있다.

지수 하락을 이끈 중심에는 외국인이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단 이틀을 제외하고 순매도 행진중이다. 전날까지 팔아치운 규모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펀더멘털(기초체력) 변수보단 트럼프 당선에 따른 투자심리 변화에 기인한다"며 "외국인 매도가 계속되는 국면에서는 시장이 반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이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말까지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만한 이벤트가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 뿐 아니라 미국 금리 인상 이슈,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란,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등 다양한 이벤트가 산적해있다"며 "이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지수의 박스권(1920~2050선) 등락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외국인이 이달말까지 1조5000억원 가량의 매물을 추가 출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한 스트레스성 반응이 표출될 경우 외국인 수급의 언더슈팅(급격한 하락)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이 돌아오기 위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노선에 대한 시각확인이 필요하다"며 "환율 안정화(달러화 강세 완화), 글로벌 IT 기술주의 부진 탈피 등의 요건도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4분기 내 외국인의 추가 자금 유입이 어렵다고 판단, 증시의 수급 주체가 외국인에서 기관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윤서 연구원은 "4분기부터는 외국인 매수 부재로 대형주의 주가 흐름이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며 "연말까지 코스피 지수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관 주도의 시장흐름이 전개될 경우 낙폭과대, 중소형, 성장형 업종군에 속한 주식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높고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해 있는 필수소비, 화장품, 호텔레저, 운송 등의 업종을 주목할만하다"고 덧붙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