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브라질 채권…'삼바춤' 다시 출까
브라질 국채를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증권사 창구를 통해 팔린 물량만 2000억원어치가 넘는다. 수년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브라질 경제가 회복 사이클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헤알화 가치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연 14.25%에 달하던 기준금리도 지난달을 기점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기준금리 인하가 매수 신호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지난 10월 브라질 채권 판매액은 344억원에 달했다. 9월(163억원)보다 판매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지난달 19일 기준금리를 연 14.25%에서 연 14.0%로 하향 조정한 효과다. 신한금융투자는 198억원에서 318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80억원에서 141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권업계는 10월 한 달 동안 업계 전체로 2000억~2500억원어치의 물량이 팔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채권은 2011년 이후 자산가를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재테크 상품이다. 표면 이자가 연 10%에 달하는 데다 브라질과의 과세 협정으로 세금이 ‘제로’였기 때문이다.

브라질 채권의 가치는 헤알화 환율과 브라질 기준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환율이 중요한 것은 현지 통화로만 브라질 채권을 매입할 수 있어서다. 지난 11일 KEB하나은행이 고시한 헤알당 원화 재정환율(달러화를 매개로 간접 계산)은 343원65전이다. 올해 저점인 1월22일 288원61전과 비교하면 20%가량 헤알화 가치가 올랐다. 연초부터 브라질 채권을 보유했다면 환차익으로만 10~20% 수익이 났다는 계산이다.

반대로 헤알화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앉아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초기 브라질 채권 투자자 중 상당수가 헤알화 하락으로 곤욕을 치렀다. 브라질 채권 열풍이 불었던 2011~2012년 환율은 헤알당 500~600원 선이었다. 이 무렵에 브라질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감안하더라도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 기준금리도 브라질 채권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기존 채권 투자자들은 금리 차이만큼 손해를 본다. 기준금리가 떨어질 때는 반대로 금리 인하 폭만큼 이익이 난다. 브라질 정부는 외화 이탈을 막기 위해 2012년 연 7.25%인 기준금리를 연 14.25%까지 올렸다. 지난해까지 환율과 더불어 브라질 채권 수익률을 깎아먹은 요인이다.

◆환율 어떻게 움직일까

전문가들은 브라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위축된 투자와 소비를 되살리려면 금리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금리 인하의 최대 걸림돌인 물가도 조금씩 안정되는 분위기다. 연초 10%를 넘던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이 하반기 들어 7~8% 선으로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내년 말 연 12.5%, 2018년에는 연 11% 수준까지 브라질 기준금리가 내려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불투명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이란 변수도 남아 있어서다. 하지만 기준점을 원화로 바꾸면 변동폭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원화와 헤알화가 똑같이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2년간 헤알당 300~400원 사이에서 원·헤알 환율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차익을 노릴 만한 국면은 끝났지만 연 10%에 달하는 채권 이자만으로도 매력이 충분하다”며 “매년 이자를 받으면서 3~4년 정도 기다리면 브라질 경제 호전으로 헤알화 가치가 급등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브라질 채권을 중개한다. 채권 이자는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헤알화로 지급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