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신흥국 시장에선 미국 의존도가 낮은 나라를 가려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급락했던 신흥국 증시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며 연말까지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 방향을 지켜보되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예상되는 러시아와 내수 비중이 높은 인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러시아 대표 지수인 RTS와 인도 대표기업 지수인 BSE(Sensex) 30은 지난 9일 이후 11일까지 3거래일 동안 각각 0.26%와 2.80% 하락했다. 시장이 급랭한 브라질(BOVESPA·-7.75%)이나 인도네시아(자카르타·-4.36%)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신흥국 가운데 ‘트럼프 시대 최대 수혜국’으로 일컬어진다. 트럼프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달러 약세가 이뤄지면 국제 유가는 반대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풍력 등 기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국제 유가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의 밀월관계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며 “글로벌 투자자금이 러시아로 유입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당선 뒤 첫 언론 인터뷰에서 “시리아, 러시아의 관계 개선 등이 집권 뒤 추진할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란 점에서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낮은 인도를 유망 투자국으로 꼽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재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중국이나 미국의 성장률과 관계없이 2009년 이후 매년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낮고 내수 비중이 높은 인도 경제가 신흥국 가운데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루피화 환율은 트럼프 당선 이후 0.94% 상승(평가 절하)하는 데 그쳤다.

반대로 대미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미 무역흑자 규모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흑자 비중이 높은 베트남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