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트럼프 쇼크'를 딛고 반등하고 있다. 선거 기간 막말을 내뱉던 트럼프가 당선 수락 연설에서 결속과 화합을 강조하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도 트럼프 정책의 수혜주를 중심으로 올라 시장의 우려를 완화시켰다.

10일 오전 10시5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1.96% 급등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이라는 예상 밖 결과로 내준 2.25%의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우려는 여전하다. 이제는 그의 정책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대로 트럼프 공약을 근거로 우려 산업의 주가가 연속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공약의 우선 순위가 불분명하고, 현실화까지는 시간적 법적 외교적 제약 등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 트럼프는 내년 1월20일이 돼야 대통령에 취임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12월 둘째주 월요일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고, 내년 1월5일 상하원 합동총회에서 개표를 통해 공식 기록을 작성하는 등의 선행절차가 필요하다. 대통령 취임 전까지는 선거 공약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있어 부정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위해서는 상대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를 하더라도 실무적 절차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비관세 장벽을 통한 무역제제는 일정 부분 가능할 것이나, 교역 관련 공약이 그대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서 피해가 우려되는 국내 산업은 자동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정책 변화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은 확실하나, 경쟁업체와의 상대적 비교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로 인한 멕시코의 미국 수출 증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에서 1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대형 3사는 멕시코 생산비중이 높으며, 일본 닛산은 미국 판매 중 21%인 31만여대가 멕시코 생산이란 설명이다.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과 멕시코 공장 유무로 판단하면, 기아차보다 현대차가 트럼프 공약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공약의 수혜 산업은 건설기계와 비철금속이 꼽힌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예상 밖의 결과로 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나 유로존 투표 등 관련 일정이 다가오는 시점에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반등 국면에서는 미국 재정 지출과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를 반영할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초점] 코스피가 하루 만에 '트럼프 쇼크'를 극복한 까닭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