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교·안보·통상 전반에 악영향"
"미국 금리 인상 늦어져도 원화는 약세 띨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충격이 당분간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49.5원으로 전날 종가보다 14.5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시께 전날 종가보다 22.25원 오른 1,157.25원까지 상승했으나 오후 2시께부터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시장이 패닉 양상을 보이자 당국이 달러화 매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게 시장 참가자들의 중론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우는 요소는 트럼프 후보 당선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불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시장은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물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교체 문제마저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는 옐런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 충격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더라도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면 달러화가 다시 약세를 띠고,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가라앉을 수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하겠지만, 상승 탄력은 둔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마지노선은 1,180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늦어져도 원/달러 환율은 더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불어닥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달러화 강세를 견인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리나라는 금융·통화정책뿐 아니라 외교·안보정책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돼 경제가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관계없이 원화 가치가 약세를 띨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지만, 통상 수출 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내비친 만큼 향후 한국의 수출 환경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간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중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부과 등 극단적 보호무역 조치를 입에 올리며 무역 상대국을 긴장시켜왔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정부가 각종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을 요구해올 가능성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강화할지, 대북정책에 어떻게 변화를 줄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며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점 등이 주식·외환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