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책과 서류 더미가 수북한 책상에서 보고서 작성에 몰두하고 있다. 그중 특이한 자리가 눈에 띈다. 모니터 속에는 주가나 종목 대신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가 빼곡하다. 정량적인 분석을 통해 추천 종목을 감별하는 ‘퀀트’ 자리다. 퀀트는 ‘계량분석가(Quantitative Analyst)’의 영어 줄임말이다. 이들은 좀 더 나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매일 복잡한 수식과 씨름한다.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점이 많지만 들여다보면 몇 가지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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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어찌하오리까] 실적 추정치 변화·주가 괴리율…계산으로 '옥석' 가린다
◆실적 추정치 상향 주목해야

증권사 퀀트팀은 수학적 분석과 통계를 통해 종목을 선별한다. 기업 탐방 등 정성적 분석에 중점을 두는 다른 애널리스트들과 차별화한다. 각 업종별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한 종목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거나 반대로 직접 종목을 추출한 뒤 해당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

증권사별로 분석 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크게 △애널리스트 실적 예상치 변화 △목표주가 변화율 △1년 내 최고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율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수급 △자사주 매입이나 최대 주주의 지분율 증가 등에 각각 가중치를 두고 합산해 ‘투자 매력도’를 계산한다. 퀀트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항목은 애널리스트 실적 추정치 변화율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의 극적인 변화는 경험적으로 높은 보상(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최우선 순위에 둔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종목을 선별한 뒤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상향 변화율이 높은 순위에 따라 1~100점까지 점수를 매기고 각각 △1주일 내 50% △1개월 내 25% △3개월 내 변화에 25%씩 가중치를 준 뒤 합산하는 방식으로 계량화한다. 기간별로 점수에 차등을 두는 것은 최근에 발표된 추정치일수록 실제 실적과 부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하는 추정치는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컨센서스(평균치)다. 애널리스트들은 에프앤가이드나 와이즈에프엔 같은 전문 회사의 자료를 활용한다.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부담스러운 개인투자자들은 ‘한경컨센서스(hkconsensus.hankyung.com)’를 활용하면 된다. 이 사이트에서 EPS는 물론 목표주가, 투자의견 상향 등의 컨센서스 변화를 쉽게 살펴볼 수 있다.

◆대세 상승 종목 고르기

주가 괴리율은 소위 ‘오르는 종목이 더 오른다’는 믿음에 따라 상승 추세에 있는 종목을 골라내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NH투자증권은 ‘(1년 내 최고가-현재가)/1년 내 최고가×100’으로 계산해 괴리율이 낮은 종목을 추출한다. 괴리율이 5% 이하이면 상승 추세가 매우 강한 종목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최근 주가가 크게 올랐던 SK하이닉스와 KB금융의 괴리율(8일 종가 기준)은 각각 3.4%, 7.4%다. 만도는 12.1%로 상승세가 한풀 꺾인 종목으로 분류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수급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개인투자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순매수에 같은 가중치를 두고 계산한다. 이들의 대량매수가 들어오는 종목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8일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동시에 몰렸던 이마트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받을 수 있다.

자기주식 매입이나 최대 주주 지분율 변화는 전자공시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가치투자로 잘 알려진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최대 주주나 주요 경영진이 지분율을 높이는 것은 그만큼 경영에 자신감이 있거나 호재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투자의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계량적 분석을 종합해 이번주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이 꼽은 종목은 SK하이닉스 한국타이어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이다. 8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0.73%, -0.08%, 1.13%, 5.8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계량적 분석만으로 종목을 골라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조언한다. 숫자로는 판단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정성적 분석을 곁들여 투자종목을 최종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컨센서스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형주에는 이 같은 감별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나치게 많은 계량적 분석을 적용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며 “몇 가지 포인트에 집중해 투자에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