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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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시작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초접전 양상에 불확실성이 짙어진 것이다. 시장에선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투자전략이 잇따르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회복해 거래중이다. 이메일 파문을 딛고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연방수사국(FBI)은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무혐의'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미 대선 불확실성이 감소하자 미국 증시는 2% 이상 급등했다.

다만 지수의 추가 상승은 제한되는 모습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확인심리가 커지면서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팔자'를 외치고 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거라는 이벤트 자체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데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초박빙의 접전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경계심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안팎에선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섣불리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1~6%포인트 차이로 근소한데다 견고한 백인 남성 유권자층, 숨겨진 표심이 트럼프의 역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층의 적극적 투표 참여가 예상된다"며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은 숨겨진 트럼프 표심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되면 단기 '충격'…중장기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트럼프 당선'이라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국내외 증시는 공포에 휩싸일 전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힐러리가 당선되면 금융시장에 호재가 되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엔 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당시와 같은 시장 패닉이 연출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공포심리를 대변하는 VIX지수는 브렉시트가 확정된 6월의 고점(25.8%)을 뚫고 올라갈 것"이라며 "스탠더드앤푸어스(S&P)지수는 최대 10% 넘게 급락하며 국내 증시에 직접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유겸 LIG투자증권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시장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급락하고 통상마찰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충격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에서다.

그는 "트럼프는 친기업적인 리플레이션(물가부양) 정책으로 대표되므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 승리로 주가가 급락한다면 '매수'기회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승훈 연구원도 트럼프의 승리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지만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당선시 단기(1개월)에는 안전자산(금, 방어주) 비중을 높이고 1개월 후에는 인플레이션 상향을 염두에 두고 소재, 산업재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금융주, 유틸리티주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금융은 트럼프가 규제 완화를 지지하므로 낙폭이 크지 않을 수 있고, 유틸리티는 경기방어적 성격으로 인해 약세장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