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완화에도 원/달러 환율 소폭 하락
'안전자산' 엔화 가치는 급등

미국 대선판도를 뒤흔들었던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가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원화 약세)했다.

불확실성을 누그러뜨리는 '호재'에도 외환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장 참가자들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유지해 거래량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를 앞두고 있던 지난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달러당 0.3원 내린 1,143.1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0원 내린 1,140.0원에 개장한 뒤 장중 1,137.5원까지 하락했다.

클린턴 미국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점을 외환시장이 반영한 결과다.

FBI가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서버 재수사를 밝힌 이후 클린턴 지지율이 급속히 떨어진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오르자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전반적으로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보여왔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12월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작아지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돈이 안전자산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 완화로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뉴욕 외환시장 마감가보다 1.23% 급등한 104.37엔에 거래됐다.

스위스 프랑화 가치도 1%대 하락세를 보였다.

장중 1,130원대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들의 2천억원 넘는 주식 순매도로 낙폭을 축소했다.

외국인은 주식을 팔아 받은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가기 때문에 이들의 주식 매도는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미국 대선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미국이 12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한 것도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을 막는 요소가 됐다.

힐러리 후보가 우세하다는 전망에도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를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당시에도 여론 조사에선 브렉시트 반대가 우세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찬성표가 더 많아 금융시장이 충격을 겪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브렉시트 이상의 금융시장 패닉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이날 외환시장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 거래량은 총 53억6천300만달러로 지난 6월 22일(52억1천만달러) 이후 최저치였다.

6월 22일은 영국시간으로 23일 열린 브렉시트 투표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시장엔 브렉시트 트라우마가 여전하다"며 "내일(8일)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박스권에서 등락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100엔당 1,095.46원으로 직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1,107.57원)보다 12.11원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