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일 오후 4시11분

보험업계 비상장사 중 마지막 남은 ‘대어’로 꼽히는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2대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 컨소시엄과의 투자금 회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생명보험사들의 주가 부진이 상장 흥행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마켓인사이트] 교보생명, 내년에 상장 추진…30년 묵은 '숙제' 해결할까
◆풋옵션 해소하려면 불가피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외국계 증권사 3~4곳에 IPO를 포함한 ‘최적자본구조 구성방안’ 마련을 골자로 하는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회계법인에도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은 없다”고 했던 공식 의견을 뒤집고 상장 구상을 처음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국제 보험회계기준 변경 등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최적의 자본구조를 도출해내야겠다는 취지에서 RFP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상장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2년 어피너티, IMM PE,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던 상황에서 우호 지분으로 참여한 것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특수 관계인 포함시 39.4%)를 보유 중이다.

교보생명은 당시 FI들에 작년 9월까지 회사를 상장하기로 약속하고,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상장에 실패하면 신 회장이 FI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되사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상장이 불발되자 투자자들은 ‘향후 1년간 개별적 풋옵션 행사를 할 수 없다’는 주주 간 약정을 맺었다. 신 회장이 지분을 되사줄 여력이 없는 것을 감안해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다. 하지만 올 9월 이 약정마저 만료되면서 FI들의 투자금 회수 압박이 거세진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시기가 좋지 않다며 계획을 계속 연기해왔던 교보생명도 FI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이익 크지만…

교보생명은 보험업계에 남은 마지막 상장 대어로 꼽힌다. 생보업계 ‘빅3(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와 손해보험업계 ‘빅3(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중 비상장사는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만약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이르면 내년 6월께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내년 상반기 IPO시장에서 넷마블과 함께 최고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교보생명의 순자산가치는 올해 3월 말 기준 5조9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생명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의 0.8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교보생명의 예상 시가총액은 5조~6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생보업계 ‘빅3’ 중 유일한 비상장사면서 교보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총이 7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교보생명은 1987년 첫 IPO 추진 이후 3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숙제를 풀 수 있게 된다. 또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국제 보험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부채 부담도 덜 수 있는 기회다. 현재 보험업계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 확충 압박을 받고 있다.

다만 상장 생보사들의 주가가 계속 하향세를 타고 있는 점이 교보생명 측의 고민이다. 지난해 상장한 미래에셋생명은 주가가 4500원 수준으로 공모가(7500원) 대비 약 40% 하락한 상태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도 공모가 대비 약 25% 떨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4 2단계 도입과 자본건정성 규제 강화,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 부담 등으로 인해 생보업계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큰 점도 부담”이라며 “과연 지금이 상장 적기인지에 대한 교보생명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이지훈/유창재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