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최순실 사태'…증시 직격탄
정치 혼란이 결국 주식시장을 뒤흔든 꼴이 됐다. 미국 대선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역전했다는 소식이 글로벌 증시 불안의 ‘기폭제’가 됐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최순실 게이트’ 충격파까지 커지면서 증시에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일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순매도액은 220억원으로 절대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매수세가 거의 없던 탓에 작은 매도 규모에도 지수는 크게 밀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규모는 4조3036억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12~15%가량 줄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외국인, 기관, 개인 모두 주식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이 모두 하락한 것을 비롯해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84.34%에 달하는 754개 종목의 주가가 떨어졌다. 종가 기준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찍은 코스닥시장에선 카카오(-4.42%) 바이로메드(-3.31%) 휴젤(-7.66%)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나빠진 것은 미국 대선 막판에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 컸다는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공동으로 지난달 27~30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46%로 클린턴 후보(45%)를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앞선 것으로 나왔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없었다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은 지켰을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만으로도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는데, 만약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정치 상황이 ‘최순실 게이트’ 충격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못하는 점도 증시를 계속해서 짓누르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내각 인사를 발표한 것도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파생헤지전략부장은 “코스피200 지수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전날(3381계약)의 세 배에 가까운 9991계약을 순매도했다”며 “청와대가 여야 동의 없이 국무총리 등을 내정하는 개각을 단행한 것은 국내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외국인의 불안감과 매도 심리만 더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지수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방어선’을 구축할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부장은 “기술적으로는 코스피지수 1950선이 1차 방어선이지만 1850선까지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이후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 선에서 지수 하단이 방어되곤 했다”며 “상장사 기초체력 등을 고려할 때 PBR 0.9배 선인 1990선을 조만간 회복할 것”이라고 봤다.

김동욱/김진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