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대통령 선거와 '최순실 게이트' 등 대내외 리스크(위험 요인)에 흔들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관망 심리가 확산해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0포인트(0.04%) 내린 2,007.39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4.78포인트(0.24%) 내린 2,003.41로 출발해 곧바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장중 한때 1,990.45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1,990선으로 밀려난 것은 9월 19일(장중 저가 1,997.10)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장중 호주와 일본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소식에 추가 하락은 제한됐다.

하지만 간밤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1∼2일), 영국 중앙은행(BOE)(3일) 등 주요국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시장 전반적으로 경계심리가 확산해 시장 분위기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 기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견인해온 만큼 이에 대한 확인 심리로 외국인 투자자의 관망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8일 예정된 미 대선도 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고 나서며 막판까지 불확실성을 안기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앞두고 투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시장이 조정을 받았듯 이번에도 미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따른 관망 기조 속에 조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의 감산 현실화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국내 여건도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 시즌이 중반에 접어든 가운데 실적 기대감은 다소 둔화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증권사 3곳 이상의 3개월 내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를 기준으로 지난달 28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78곳 중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밑돈 곳이 46곳이나 됐다.

특히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10% 넘게 미달(적자전환ㆍ적자확대 포함)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겪은 기업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30곳에 달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며 "실적이 안 좋으면 매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져 종목별로 하락 변동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도 한화테크윈이 3분기 어닝 쇼크에 21.16% 급락하는 등 실적 부진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정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며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진영 연구원은 "내부적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3분기 실적 시즌을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70∼80%는 글로벌 여건에 영향을 받는다"고 전제한 뒤 "'최순실 게이트'도 증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2,000선을 크게 밑돌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면에서도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김진영 연구원은 "산적한 변동성 요인에도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에서 글로벌 경기 회복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투자 심리에 안전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의 하방 지지가 유효하다는 점에서 지수 2,000선 하향 이탈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이상재 팀장은 "미 대선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나면 남은 것은 12월 미국 금리 인상"이라며 "대선에서 큰 충격만 없다면 금리 인상을 한 차례 한 뒤에는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