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물량이 지난 1년 새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기업정보사이트인 키스라인(KISLINE)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가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는 작년 10월 말 6천735억원어치에서 올해 9월 말 2천257억원으로 11개월 만에 66%(4천478억원) 급감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작년 10월에 각각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400억원어치의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자 작년 말까지 대부분 처분했다.

대우조선 회사채 신용등급(나이스신용평가 기준)은 작년 5월 A+에서 A로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12월 말 BB+까지 6계단이나 추락했다.

올해 들어 추가로 하락해 10월 현재 완전한 투기등급인 BB-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등급이 추락하는 대우조선 회사채를 유통시장에서 대거 매입했다.

A 증권사는 2014년 125억원어치에 불과하던 대우조선 회사채 보유 물량을 작년 10월까지 800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KDB산업은행의 지원을 믿고 대우조선 회사채에 과감한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조선은 현재 만기를 맞은 회사채를 제대로 갚을 수 없는 사실상의 디폴트 상황이어서 산업은행이 상환을 지원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회사채 값은 작년 5월 액면가(1만원) 이상에서 유통되다가 올 10월 현재 6천원대까지 추락했다.

액면가보다 싸게 회사채를 매입해 상환받게 되면 액면 원금(1만원)과 연 3% 중후반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투기성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투자가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 회사채 가격은 올해 초 8천원대에서 6월에 5천~6천원대까지 폭락했다가 최근 6천~7천원대를 왔다 갔다 하는 양상이다.

2012년 11월 5년 만기로 발행된 5-2 회사채의 경우 이달 11일 7천850원에서 28일 6천520원까지 17% 급락했다.

한 증권사의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산업은행 지원을 믿고 과감한 베팅을 해 대우조선 회사채 가격의 등락폭을 키우고 있다"며 "이런 투자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