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통합법인인 KB증권이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가운데 대표이사 인선 작업이 늦어도 11월 둘째주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후보군으로는 전·현직 증권사 사장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통합법인을 두 명의 공동대표 체제로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년 출범 통합 KB증권 '투톱 체제' 힘받는다
◆후보군 3명…깜짝 인사 나올까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다음달 첫째주 혹은 둘째주에 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KB증권 대표이사(사장)를 내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정된 대표이사는 KB증권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내년 출범 통합 KB증권 '투톱 체제' 힘받는다
대표 인선 작업은 KB증권 출범 작업과 맞물려 급물살을 타고 있다. KB금융과 현대증권, KB투자증권은 다음달 1일 동시에 이사회를 열어 현대증권이 KB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는 지배구조위원회를 열지 않고 정관을 손질하는 등 합병 안건만 다룬다. KB증권은 금융당국의 합병 승인을 받고 12월로 예상되는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1일 출범할 전망이다. 통합 증권사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3조9882억원(양사 자기자본 단순 합산)으로 통합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추정치)와 NH투자증권(4조5821억원)에 이은 증권업계 3위로 올라선다.

자기자본이 4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증권사를 이끌 수장 후보로는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54)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52) 등 현직 대표와 함께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사장(60)도 물망에 올랐다. 김 전 사장은 헝가리 대우증권 사장,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등을 지낸 정통 ‘증권맨’으로 통한다. 지난해 일본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오릭스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차기 현대증권 대표로 내정된 바 있다. KB금융 현직 임원과 외국계 금융회사 전직 대표도 간헐적으로 거론된다. 다만 그동안 KB금융그룹 전반의 인사 관행을 감안할 때 신임 대표의 연배는 윤종규 회장(61)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증권 임직원 동요 막아라”

KB금융그룹 안팎에서는 공동 대표 체제가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윤경은 사장 등 현대증권 출신 인사에게 공동 대표의 한 자리를 맡기고 나머지 대표 자리에는 그룹의 사업 전략과 방향을 꿰뚫고 있는 적임자를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동대표 체제는 현대증권 임직원의 동요를 막고 합병작업 연착륙을 위한 카드로 읽힌다. 현대증권 임직원 수는 6월 말 기준 2317명에 달한다. 임직원이 600여명 수준인 KB증권보다 4배가량 많다.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을 부르며 증권업계 1위를 꿰찬 자부심과 연대의식도 강하다. KB금융은 강성노조로 꼽히는 현대증권 노조와의 충돌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윤 사장 등 현대증권 출신 대표를 선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윤 사장은 ‘셀프 성과급’ 등의 논란에 휘말린 약점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노조와의 협상에서 상당한 수완과 노하우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B증권 신임 대표 임기는 1년 간격으로 연장된다”며 “짧은 기간인 만큼 KB금융이 윤 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는 데 부담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