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에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에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연합뉴스
28년만의 임시주총서 박수로 의결…사내이사진 4인에 포함
8년여만에 오너가 등기이사 등재…총괄지휘자 역할 맡을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선임돼 오너의 책임경영을 본격화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장기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메워온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48기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삼성전자가 정기 주총이 아닌 임시 주총을 열어 긴급 경영현안을 의결한 것은 지난 1988년 7월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통신의 합병을 의결했던 임시주총 이후 무려 28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많은 주주가 동의 의사를 밝혀 원안대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

반대가 없다면 박수로써 의결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면 대외협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M&A와 신규사업에 나서는 등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 외국인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주주들의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찬성 의견을 권고했으며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 측에 회사분할과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오너인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위기 상황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안건 심의에 앞서 "이사회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로써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 이후 8년6개월 만에 삼성 오너일가의 구성원으로서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25년 만에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전략담당 상무,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부사장·사장을 거쳐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은 2004~2008년 삼성과 소니의 합작법인 S-LCD 등기이사로 등재된 바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 부회장 외에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피아트 지주사인 엑소르(EXOR) S.p.A 사외이사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이 부회장과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부문장) 등 4명으로 사내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사내 이사직을 사임했다.

이 부회장은 당장 이날부터 등기이사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앞으로 이사회에 정식 구성원으로 참석하게 된다.

주총 소집, 대표이사 선임, 자산 처분과 양도, 투자계획 집행, 법인 이전설치 등 회사의 중대 사항을 결정하게 되며 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도 진다.

이 부회장은 다른 사내이사처럼 부문장 직함을 갖지는 않고 총괄 지휘자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당면한 과제로는 우선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표면화된 신뢰·브랜드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 꼽힌다.

발화 원인을 규명하고 리콜에 이어진 소송 등 후속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또 연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개편에서도 '이재용의 뉴삼성' 색깔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임원 인사를 앞두고는 신상필벌과 함께 대규모 감원이 예고된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장기 과제는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지배구조 개편이다.

상명하복식 업무 관행, 수직적 조직체계의 대대적 혁신도 이 부회장이 떠안고 있는 과제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앞서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분할해 미국 HP(휴렛팩커드)에 매각하기로 한 안건을 의결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주주들의 제청 동의가 있어 원안대로 안건을 승인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1월1일자로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를 신설하는 절차를 거쳐 1년 이내에 지분 100%와 해외자산을 HP에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금액은 10억5천만달러(1조1천9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매각 결정으로 선제적 사업조정을 통해 핵심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HP는 세계 1위 프린터 업체로서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