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0조 사도 꿈쩍않는 '박스피'
한국 주식시장이 ‘박스피 비관론(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스권 장세는 코스피지수가 1850에서 2100 사이에 갇혀 있는 지난 5년간의 횡보 장세를 일컫는 용어다. 이로 인해 거래량 감소, 기관투자가 순매도, 공매도 급증이라는 3대 악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 금액은 4조494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9% 줄었다. 거래소가 8월부터 하루 주식거래 시간을 30분 연장한 효과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이 올 들어 10조6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음에도 국내 기관투자가가 7조9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3.6% 수준에 그치고 있다. 베트남 태국 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의 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고객예탁금 잔액도 6월 이후 3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차(대여)잔액은 60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기진맥진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저성장 기조 속에 주요 상장사의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