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용기 제조사 락앤락은 2000년대 ‘주방용품 한류’를 이끌며 대표적 중국 수혜주로 꼽혔다. 티백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락앤락 물통이 녹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4년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주가가 반토막 났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발목을 잡았다. 2년간의 시련을 거친 락앤락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중국 내 유통채널 정비로 효율성을 높였고 베트남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성장성도 인정받고 있다.
'주방 한류' 락앤락, 중국서 웃음 되찾는다
◆유통망 정비로 내실 강화

락앤락은 17일 전 거래일에 비해 0.39% 오른 1만29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주춤하긴 했지만 한 달 새 11.21% 상승했다. 지난 5월엔 1만5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5년으로 시야를 넓히면 지금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1년 말 4만원에 근접하던 락앤락 주가는 3년 후 1만원대 초반으로 추락했고 이후 지지부진했다. 매출의 절반이 나오는 중국에서 내수경기 침체 충격파가 컸기 때문이다. 2013년 시진핑 정부가 출범하면서 펼친 반부패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윤병돈 락앤락 IR(기업설명)팀장은 “반부패 정책 시행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중국 매출의 30%에 달하던 기업 선물용 특판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락앤락은 중국법인 유통 채널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다. 불필요한 사업장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외형은 줄었지만 내실은 튼튼해졌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에 맞는 제품 구성 등을 통해 이익 구조를 효율화했다”며 “순현금 규모가 늘고 있어 배당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락앤락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3% 늘었다. 이익 신장폭은 더 크다. 영업이익은 77.3%, 당기순이익은 151.9% 불어났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538억원으로 지난해(353억원)에 비해 52.41%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4년 6.5%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12.6%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이후 증권사들이 제시한 락앤락의 목표주가는 1만6000~2만원이다.

◆“블록딜 재추진 안 한다”

베트남 시장은 락앤락의 새로운 ‘성장 축’이다. 2009년 밀폐용기 공장을 베트남에 지은 뒤 2012년까지 내열유리 공장과 쿡웨어 공장까지 완공했다.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활용해 미국과 유럽 등 70여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40여개에 달하는 직영점 외에 현지 할인마트인 쿱마트, 빈마트 등 오프라인 판매처를 넓혀가고 있다. 김선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락앤락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2009년 이후 베트남에서 연평균 3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 매각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선을 그었다. 지난 7월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보유 지분 5~9%에 대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심하게 출렁였다. 김 회장은 락앤락 지분 52.79%를 가진 대주주다. 당시 수요예측에 실패해 블록딜 계획은 철회했다. 윤병돈 팀장은 “주식담보대출 등에 대한 부담도 없고 블록딜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