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인 넷마블게임즈가 내년 상반기 상장을 앞두고 ‘몸값’을 대폭 낮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두산밥캣이 상장을 연기하는 등 공모주 시장 침체로 당초 기대했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늘어나서다. 저금리로 부풀어 오른 공모주 가치평가(밸류에이션)의 정상화 과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넷마블 몸값 30% 하향 전망

저금리가 부풀린 고평가 공모주, 거품 걷히나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는 앞서 10조원 안팎으로 추산한 회사 가치(상장 후 시가총액)를 최근 7조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작년 연결 기준 1조729억원의 매출과 22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부분으로 현재 상장 예비심사 중이어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에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2014년 이후 대표적인 고수익 투자처로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던 IPO 시장이 냉각기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모가 상승이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청약 부진으로 이어지자 기업들도 결국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설명이다. 기관의 공모주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지표인 ‘희망범위보다 비싼 공모가 확정’ 건수는 올 상반기 3건, 하반기엔 1건에 그쳤다. 2015년 16건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달 초 공모주 수요예측을 한 두산밥캣도 기업가치를 최소 4조원으로 기대했다가 낭패를 봤다. 대다수 기관이 훨씬 낮은 가격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결국 가치를 3조원 안팎으로 깎아 다음달 8~9일 다시 수요예측을 받기로 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과거 잣대로 산정한 높은 공모가격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형 딜에서 처음 확인한 사례”라며 “앞으로 넷마블게임즈를 비롯해 눈높이를 낮추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들 ‘청약 기피’ 급증

일반 투자자들이 청약을 기피해 이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공모주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상장한 20개사(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가운데 6곳은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 이하(미달 2곳 포함)에 그쳤다. 배정 물량의 몇십 배씩 신청하는 공모주 청약의 통례를 감안하면 한 자릿수 경쟁률은 드문 사례다. 상반기에는 신규 상장 20개사 중 1곳(동양파일)만 한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자산운용사 공모주 펀드매니저는 “높은 공모가로 인한 투자 손실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고평가 논란을 일으킨 기업들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관심’

투자자들의 눈은 다음달 상장 예정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 향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호텔롯데의 공모가 조정을 시작으로 공모금액 1조원 이상 대어들이 모두 수요 부진으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수요예측을 해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최소 주당 11만3000원, 총 1조8000억원 규모 주식 공모를 희망하고 있다.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7조4000억원이다. 올 상반기 203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적자 기업이어서 기업가치에 고개를 갸웃하는 기관들이 있다고 한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삼성물산 자회사로서 지배구조상 위치와 바이오업종 인기를 감안하면 호텔롯데나 두산밥캣과는 다른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임도원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