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스마트폰으로 내놓은 갤럭시노트7(갤노트7) 단종 사태를 맞은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투자기관들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예상치 못했던 갤노트7 생산 및 판매 중단 파장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전략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장 마감 직후 공시를 통해 갤노트7의 매출과 손익 변경 등을 모두 반영해 지난 7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를 7조8천억원에서 5조2천억원으로 정정했다.

정정된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3분기 실적이 불과 1주일도 안 돼 '어닝 쇼크' 수준으로 바뀌게 됐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가인 170만원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갤노트7 사태는 겪어보지 않은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신뢰성이라는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겨 이번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가치가 훼손되는데 지배구조 이슈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업가치가 먼저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노트7 단종 사태는 개발 기간 연장과 검수 과정 강화, 마케팅 비용 상승 등을 초래해 적어도 내년 상반기 실적까지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우리도 혼란에 빠졌다"며 "갤노트7 단종이 삼성전자 실적 전반에 미칠 영향과 내재가치(펀더멘털)를 훼손했는지 따져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전 단계에서 "삼성전자 주식 비중을 소폭 조정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가치투자에 주력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부사장은 "현재까지 이번 사태에 대해 취한 액션은 없다"며 "내년 2월쯤 나올 갤럭시s8에 주가 향방이 달려 있는 만큼 그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효찬 한국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갤노트7 사태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처가 미숙해 악영향이 커졌다"며 "차기 모델 라인업을 통해 신뢰를 되찾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커 투자심리가 당분간 불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비중 조절이 불가피한 것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위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선주를 포함하면 23%에 달한다.

이 때문에 국내 주식 시장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삼성전자 주가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갤노트7 사태로 기관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계속 보유하는 것도, 팔아치우는 것도 괴로운 상황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강 이사는 "올해 삼성전자를 많이 사들인 기관들은 더 채우기가 부담스럽고 줄이는 것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6~8월 삼성전자 주가가 뛰어오르는 시기에 삼성전자 주식 편입을 늘린 자산운용사들은 최근의 급작스러운 주가하락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6월 초 삼성전자 주가는 130만원 초반대였으나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7월 들어 15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8월에는 160만원을 돌파하며 석 달 만에 주가가 30만원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리콜로 수습되는 듯했던 갤노트7 사태가 다시 부각된 여파로 지난 7일 170만6천원이던 주가는 12일 153만5천원으로 3거래일 만에 10%(17만1천원)나 빠졌다.

펀드매니저들은 지배구조개편 이슈가 잠복해 있는 삼성전자의 2분기는 물론 3분기 실적까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 이사는 "한 종목이 전체 증시 비중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기관들이 삼성전자를 팔고 중소형주나 다른 대형주로 갈아타려 해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