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신용도가 처음으로 떨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3일 농협은행의 최근 실적 악화를 반영해 코코본드 신용등급(A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란 것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코코본드는 은행이 부실화할 경우 투자원금을 전액 손실처리(상각)하는 증권이다. 2013년 바젤Ⅲ 시행 이후 국내 은행들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반드시 코코본드 형태로 발행해야 발행금액을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다.

김광윤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코코본드는 은행의 부실화 과정에서 먼저 손실을 흡수해 부도를 막는 완충 역할을 하는 증권”이라며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기 전에 손실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각 조건이 없는 일반 채권(선순위채) 등급은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가장 높은 ‘AAA’로 유지했다.

이번 등급 전망 하향은 대형 은행이더라도 코코본드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이 존재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한 보험사 채권운용본부장은 “그동안 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코코본드 인기가 높았다”며 “선진국처럼 은행들의 실적 저하와 함께 등급 강등 사례가 늘어나면 국내 은행들의 자본확충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 잔액은 12조4000억원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