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공시로 물의를 빚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중국기업 중국원양자원이 최근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되지 않는 공시를 연달아 올리며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선박 건조대금이 밀려 이자로만 500억원을 내야 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이를 탕감받았다고 공시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원양자원은 12일 장 마감후 자율공시를 올렸다.

그 내용은 선박을 공급받은 '금호선박공사'와 11일 협의서를 체결했는데, 이달 말까지 지급해야 하는 선박 건조대금 14억4천만여위안의 20% 이자인 2억9천336만위안을 면제받았다는 것이다.

2억9천336만위안은 이날 환율을 적용하면 490억1천100여만원에 달한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9억5천만위안을 상환하고, 남은 채무는 내년 6월 말까지 상환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선박은 중국원양자원과 계약을 통해 받을 수 있었던 500억원을 별다른 대가 없이 포기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라면 배임죄로 처벌받을 대목이다.

그런데 공시에서 중국원양자원은 "당사와 금호선박공사는 선박건조 대금 채권채무 문제로 체결한 모든 문서와 계약서, 통지서를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그 전에 맺었던 선박대금에 대한 고이자 계약의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을 것이라는 뜻을 공표한 셈이다.

앞서 중국원양자원은 6월부터 선박대금을 갚지 못하고 파업을 해결하지 못해 고율의 이자를 물게 됐다는 공시를 거듭해 시장의 의구심을 샀다.

6월 16일에는 당시 진행 중이던 파업을 6월 30일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선박대금의 10%를 이자로 지급해야 하고, 7월 30일까지 파업이 계속되면 이자가 20%로 늘어난다고 공시했다.

금호선박이 고율의 이자를 물린 이유도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원양자원이 파업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7월 29일 중국원양자원은 다시 공시를 내 "파업을 해결하지 못했고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지만 지급 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며 "10월 말까지 20% 이자를 지급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이자는 30%로 늘어난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다 10월 중순이 되니 갑자기 이자가 모두 면제된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물품 공급 대금이 미납됐다고 해도 10%, 20%, 30% 등으로 대금 이자가 몇개월만에 급증하는 계약을 한 것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아무리 우리나라와 경제 체제가 다른 중국이라고 해도 이런 식의 고리대금 계약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다 이자율을 차츰 높여 중국원양자원을 압박하던 금호선박이 별다른 대가 없이 수백억원의 이자 수익을 포기하는 '통큰' 결정을 한 것이다.

호재 공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중국원양자원 주식은 이날 오전 11시 45분 현재 전날보다 2.88% 하락한 1천685원에 거래됐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4월 홍콩 업체로부터 대여금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다는 내용의 허위 공시를 올렸다가 거짓임이 드러나 관리종목에 지정돼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계약 공시에 대해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500억원 지급 건은 들었는데 이자가 아니라 대금도 포함된 것인 줄 알았다"며 "중국원양자원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이번 건은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모든 문서를 파기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공언한 만큼 공시의 내용이 실체가 있는 것이었는지조차 당국이 확인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