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6일 장중 사상 최고가인 170만원까지 급등했다. 엘리엇이 삼성전자 분할을 공론화해 삼성그룹에서 조심스럽게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돼서다.

본지 10월 6일자 A1,5면 참조

엘리엇 2차 공세…지배구조 고민 깊어진 삼성
삼성전자는 이날 엘리엇이 이사회에 요구한 기업분할 및 특별배당 요구에 대해 “주주의 요구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자회사인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은 지난 5일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30조원 규모 특별배당 △미국 나스닥 상장 △독립 사외이사 세 명 추가 등도 요구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지분 0.62%를 갖고 있다. 상법에 따라 0.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이들의 요구는 주주제안으로 이사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삼성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내부적으로 추진하던 삼성전자 분할을 엘리엇이 먼저 제안한 데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도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 당시 공격만 퍼붓던 엘리엇과는 달라진 모습이어서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다른 노림수는 없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분할 및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주주 67%의 찬성이 필요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스스로 꺼내기 힘든 삼성전자 분할과 지주사 전환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4.45% 올라 169만1000원을 기록했다. 장중 170만원까지 급등해 장중 및 종가 기준 최고가를 모두 경신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7.89% 올라 16만4000원, 삼성생명은 4.31% 상승한 10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