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채권매입 축소 가능성에 불안 고조…일본은행 정책 해석 분분

투자자들이 유로존과 일본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정책의 핵심인 채권매입 규모를 점차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을 논의했다는 블룸버그 보도 이후 유로존의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사했을 때는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여파가 컸다.

연준은 양적완화의 길에서 벗어나 테이퍼링을 넘어 지난해 12월부터 금리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이제 시장은 극단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도입했던 일본은행과 ECB가 테이퍼링을 택할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양적완화 연장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해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논쟁에 불을 댕겼다.

지난 4일의 테이퍼링 논의 보도로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졌다.

다만 ECB의 마이클 스틴 대변인은 ECB가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은행 또한 비슷한 논란에 휘말렸다.

일본은행은 2주 전에 장기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통화정책 전략 변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트레이더들은 사실상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제퍼리스의 투자전략가 션 더비는 일본은행의 발표가 모호하다면서 살 수 있는 일본 국채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테이퍼링을 하게 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야마다 슈스케는 일본은행의 발표를 테이퍼링으로 볼 수 없다면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계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 국채금리 곡선을 관리한다는 계획은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타격을 입은 금융부문의 수익성을 신경 쓰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테이퍼링 문제는 ECB와 일본은행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지난달 추가 금리 인하가 더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노르웨이 크로네는 3% 상승했다.

FT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은 이를 도입했을 때처럼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폴 램버트는 부양 조치가 중단되면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그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이 돌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은 테이퍼링을 검토할 때 빨리 되돌릴 수 있는 옵션을 같이 볼 것"이라면서 "이는 발을 가속 페달에서 떼지만 아직 브레이크에 올리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