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직원들이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들어 가고 있다./허문찬기자
삼성 임직원들이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들어 가고 있다./허문찬기자
삼성전자가 또다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휩싸였다. 지난해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기업 분할과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제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으로 삼성전자가 기업 분할과 주주환원 정책의 속도를 높이게 될 것으로 봤다.

6일 오전 10시31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5만6000원(3.46%) 뛴 167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개장 직후 170만원으로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밖에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에스디에스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엘리엇이 전날 삼성전자 이사회에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제안을 서신으로 전달했다는 소식이 삼성그룹주의 주가를 견인했다.

서신에는 삼성전자를 지주 및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30조원 규모 특별 현금배당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제안 등도 포함됐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 제안으로 삼성전자는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명분을 갖추게 됐다"며 "지배구조 개편 시 거칠 대부분의 과정 또한 제안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엘리엇이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번 제안이 두 회사간 갈등 요인이 되기보다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수혜주 가운데 삼성전자의 비중을 큰 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경영 방식 등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며 "이번 제안으로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정책이 속도를 낼 경우 견조한 주가 상승도 함께 나타날 것으로 봤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전자가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지수 영향력이 큰 만큼 유가증권시장의 새로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SK그룹 등 대부분 기업은 분할을 거친 뒤 주가가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분할할 경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시가총액 방식을 사용하는 코스피지수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오랜 시간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신호가 나온 만큼 가시화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이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닌 만큼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현재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그러나 이 사안이 빈번하게 언급됐던 만큼 장기간 상승세를 이끌 재료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과거처럼 지배구조 개편 예상이 단순한 기대감으로 끝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감안하면 현 주가는 높은 수준에 속한다"며 "일시적인 재료에 주가가 움직이고 있어 앞으로 큰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