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전자에 지주 전환 명분 줘…전자 비중 늘려야"
한국투자증권은 6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지주 전환을 위한 명분을 줬다고 진단했다.

전날 엘리엇이 삼성전자 가치 극대화를 주장하며 삼성 측에 제안한 내용들이 실은 삼성 스스로 내세우기 힘들었던 부분을 대신 얘기해준 것이란 설명이다.

윤태호 연구원은 "엘리엣 제안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의 명분을 갖추게 됐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이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분의 과정이 엘리엇 제안에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를 위해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하고,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에 동시 상장하라고 요구했다.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도 요구했다.

윤 연구원은 "이번 엘리엇 제안을 보면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오너 일가의 업적을 지지하는 것 같다"며 "또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안 배경은 저평가 해소지만, 사실상 삼성이 꺼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 전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 준 셈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윤 연구원은 "30조원 배당 요구 등은 다소 과해 보인다"면서도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위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할 것인만큼 결국 삼성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이 아닌 엘리엇이 화두를 던졌지만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 지배구조 투명성, 오너 일가 지배력 확대라는 명분은 충분하다"며 "이것이 갈등 요인이 되기 보다는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결국 삼성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 중 삼성전자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할 시기라고 윤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일에도 "삼성이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상반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