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등 에너지 시설 업체인 유니슨 직원 A씨는 지난달 20일 갑자기 자사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용하던 회사 주가가 돌연 들썩이더니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23.73%나 뛴 것이다.

이유를 수소문해 보니 전날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여진 때문이었다.

이른바 지진 테마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는데 유니슨도 증시에서 지진 테마주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니슨이 내진 설계와 관련 있는 유니슨하이테크를 자회사로 두기는 했지만 2011년 매각했기에 더는 지진 테마주로 엮일 사유가 없었다.

하지만 과거 정보를 근거로 온라인 주식투자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유니슨은 지진 테마주로 소개되고 있었다.

A씨와 동료들은 적극적으로 유니슨이 지진 테마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기저기 알렸지만 그날 주가는 10.17%(150원) 오른 1천625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음날도 장중 1천935원까지 찍은 뒤 종가는 1천750원에 형성됐다.

그 이후 잘못된 재료를 기반으로 올랐던 상승분이 대부분 빠져 지난달 30일 종가는 1천585원을 기록했다.

이른바 '짝퉁 테마주'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때 '반기문 테마주'로 불리던 에쓰씨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6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쳐 3천255원에서 7천130원으로 급등했다가 이후 나흘 연속 하락해 지난달 30일 4천135원으로 떨어졌다.

에쓰씨엔지니어링은 반기로 씨가 대표로 있는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투자한 회사다.

반 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사촌지간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지만 반 대표가 반 총장과 친척이 아니라고 밝힌 뒤 주가가 급락했다.

파인디앤씨, 부산주공도 같은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묶여있다가 에쓰씨엔지니어링과 동반 추락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정치인 테마주를 중심으로 짝퉁 테마주들의 출몰이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로 거래소가 작년 12월 이후 테마주로 분류됐다가 뒤집힌 사례를 파악한 결과 미래산업(안철수 테마주), 우성아이비(오세훈 테마주), 셀루메드(신공항 테마주), 바른손(문재인 테마주) 등 수도 없이 많다.

엉뚱하게 테마주로 불리는 상장사들도 곤혹스러운 경우가 있다.

지난 3월 우성아이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역점사업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오세훈 테마주로 불리자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을 위해 공시까지 했다.

그러나 테마주라는 것이 시장에서 유포되는 근거없는 소문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진위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일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부인도, 확인도 하지 않는 이른바 'NCND' 태도를 보이면서 주가 상승을 즐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인터넷 증권 게시판 등을 통해 유포되는 상장법인 관련 루머를 찾아내 해당 법인에 통보해주는 '사이버 얼러트 통보서비스'를 거래소가 도입했지만 아직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루머를 통보받은 상장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어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미흡한 감이 있다"며 "대부분 테마주는 조회공시처럼 공시를 의무화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대선 테마주의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과는 상관없이 임직원의 친인척이나 동문 등 개인정보와 관련된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테마주에 대응해 여러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투자자도 소문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테마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