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돌발 악재를 만났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폐암표적함암제 '올무티닙'에 대해 상업 임상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올무티닙'이 가치를 평균적으로 1조원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목표주가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약품은 30일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에 대한 새로운 임상을 진행하지 않는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 임상 데이터 재평가 및 폐암 혁신치료제 최근 동향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미약품 측에 설명했다.

다만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수취한 계약금 및 성과기술료(마일스톤) 6500만달러는 반환하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전날 밝힌 미국 제넥텍과의 1조원대 기술수출 소식에 장 초반 5%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베링거인겔하임 악재로 급락 전환했다. 오전 11시46분 현재 12% 하락 중이다. 기술수출 수익을 공유하는 한미사이언스도 12% 밀리고 있다.

강양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은 것"이라며 "올무티닙의 가치를 8718억원, 전날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RAF 표적 항암신약 'HM95573'의 가치는 9192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두 소식의 영향을 감안하면 현 상황에서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날 종가인 62만원이 적정하다는 판단이다. 강 연구원은 베링거인겔하임 이슈를 고려해 현재 90만원인 목표주가의 하향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약품 연구개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될 것으로도 우려된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업화 성공확률을 정해 한미약품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추정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성공확률 예상치가 낮아질 수 있으며, 잇단 목표주가 하향도 예상된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무티닙 가치에 대한 시장 평균 추정치는 1조원 정도"라며 "국내에서 대규모 기술수출 후 첫 임상 드랍 이슈이기 때문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같다"고 했다.

올무티닙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속심사 승인(패스트트랙)을 받아 임상2상 이후 신약 허가가 예상됐었다.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 중이던 베링거인겔하임의 이번 결정은 같은 기전의 표적함암제 '타그리소'가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출시된 영향이란 관측이 나온다. 머크의 흑색종 치료제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1차 치료제로 신속심사품목에 지정됐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