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 7월 이후 24.9% 올랐다. 다른 게임주들이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사이 대장주만 나홀로 상승했다. 강세의 비결로는 시장지배력이 꼽힌다. 간판 게임 리니지의 콘텐츠를 활용한 새 게임 출시로 중국과 모바일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에 투자가 몰렸다. 올해 주식시장에선 1위 업체의 주가만 오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주를 유독 선호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전체 시장 흐름을 이끌고 있어 당분간 ‘승자독식(勝者獨食)’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업종 1등주만 웃었다
네이버카카오 10배로 벌어져

인터넷 양대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승자독식 증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네이버는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에 비해 0.34% 오른 88만7000원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카카오 주가는 2014년 10월 다음과 합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8만2800원까지 떨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차이는 1년 전 4배에서 현재 10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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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업종에 있는 두 업체의 주가가 이처럼 극단적인 흐름을 보인 것은 양사의 미래사업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차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7월15일 자회사 라인을 미국과 일본 증시에 상장시키며 1조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했다. 네이버는 이 돈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쓸 계획이다. 반면 카카오는 신사업으로 공들여온 대리운전, 미용실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업종에서도 ‘대장주’ 프리미엄은 탄탄하다. 반도체 업종의 두 차례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 1년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처럼 결국엔 승자가 돼 주가도 오를 것이란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는 주식이 있다. 조선업종의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 7월 이후 28.4% 올라 1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성기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으로 3분기 405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전환할 것”이라며 “4분기 이후로는 수주가 회복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업계에선 경쟁업체들의 적자 심화로 호텔신라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37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21.6% 늘어날 전망이다. 3분기 이후 주가가 37.4% 급등한 대한항공도 항공업종에서 나홀로 상승세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진해운 지원 우려가 사라졌고 3분기 여객이 작년보다 16% 이상 늘어나면서 하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5만4000원으로 올려잡았다.

◆외국인 ‘대형주 편식’ 심화

전문가들은 다음달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 업종보다 개별 종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1등주와 그 밖의 주식 간 차별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이후 6조453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주도한 외국인은 네이버(5565억원) 엔씨소프트(3252억원)를 비롯해 현대중공업(1599억원) SK이노베이션(1600억원) 등 각 업종의 대장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전망이 불투명할 때에는 시장 지위가 높은 업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최근 기관투자가들도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매수하고 있어 이런 현상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