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달러 강세 쪽에 돈을 거는 투자가 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 가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달러 표시 해외 채권,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달러 관련 금융투자상품에 많은 돈이 유입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달러 가치 상승·원화 가치 하락 현상이 나타날 경우 환차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하우스 뷰(증권사 전망)'를 내놓고 있는 대신증권의 달러 자산(달러 RP·달러자산 펀드·달러 채권·달러 주가연계증권(ELS)) 잔액은 전날 기준으로 4억2천835만 달러(약 4천750억원)로 집계됐다.

작년 말(1억5천3만 달러)과 올 상반기 말(1억천297만 달러)과 비교하면 하반기 들어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선호가 한층 뚜렷해졌음을 알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달 해외채권 판매량이 월간 기준으로 최고치인 600억원어치를 기록했고 이 중 달러화 표시 채권이 4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 회사채, 프랑스 전력공사 영구채, HSBC홀딩스 영구채에 대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박영민 FICC(채권·외환·원자재)상품부 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자산을 편입시키려는 재테크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펀드 시장에서도 달러 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일간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키움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 특별자산ETF'의 운용순자산은 최근 1천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초 기준으로 이 ETF의 순자산은 205억원에 불과했었다.

원/달러 환율 수익률을 1배로 추종하는 'KOSEF 미국달러선물 특별자산ETF'의 순자산도 같은 기간 338억원에서 862억원으로 증가했다.

미국 금리 상승 시 펀드 편입 상품의 이율도 함께 오르는 '미국 뱅크론 펀드'도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뱅크론펀드 중 설정 규모가 가장 큰 '프랭클린 미국금리연동 뱅크론'에는 지난 8월 한 달간 21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는 작년 11월 이후 9개월 만의 순유입 전환이다.

이달 들어서도 현재까지 순유입액이 562억원을 기록 중이다.

달러 강세 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 방법으로 꼽히는 달러 예금 잔액도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8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달러화 예금 잔액은 569억2천만 달러로 한 달 사이 11억8천만 달러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557억4천만 달러에 이은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 경신 행진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이외 지역의 통화정책이 경기부양 기조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져 있으므로 달러화 강세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달러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시장이 기대하는 정도의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과 일본은 기대보다 통화 완화 여력이 크지 않다"며 "주요 선진국 간 금리차는 일시적인 확대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의 일방적 강세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