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7일 오후 8시20분

대한항공이 이달 말로 예정했던 3억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27일 “대한항공이 이달 30일 3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영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부터 이틀간 전 세계(미국 제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벌였지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채권 금리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 일단 발행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수요예측 전 기관투자가들에 연 7% 금리를 제시했다. 채권평가회사들이 산정한 대한항공의 3년 만기 원화 회사채 금리(연 5.18%)보다 2%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잇따른 항공기 구입과 자회사인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나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영구채 발행을 추진해왔다. 영구채는 명목상 만기가 있고 일정 주기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지만 발행 기업이 계속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대한항공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자금난에 빠진 한진해운에 총 82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2012년 말 771%이던 부채비율(별도 기준)은 지난 6월 말 1109%까지 뛰어올랐다. 대한항공은 지난 21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3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기관투자가들이 높은 채권 금리를 요구한 것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도 자금 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연내에 영구채 발행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하헌형/정소람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