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형곤 젬백스 사장 "원칙과 정도를 지켜 신약개발 매진"
"결코 단기적인 실적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눈 앞의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세상을 놀라게 할 신약을 개발하는 겁니다."

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바이오사업부문 사장(50·사진)은 지난 22일 경기도 분당 젬백스타워에서 기자와 만나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20여년간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했던 송 사장은 지난해 12월 의료사업본부장으로 젬백스에 합류했고, 지난 7월 바이오사업부문 사장에 취임했다.

송 사장은 "20년 이상을 환자를 보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로서 살아왔다"며 "뛰어난 효능과 안전성을 갖춘 약을 개발해 질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췌장암치료제로 허가받은 'GV1001'의 적응증을 확대해 바이오 중심의 젬백스를 이끌 계획이다.

◆ GV1001, 전립선비대증·알츠하이머로 적응증 확대

GV1001은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췌장암에 대한 면역치료제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상품명은 '리아백스주'다. GV1001은 16개 아미노산으로 연결된 인체 유래 펩타이드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기능적 최소 단위로, 펩타이드 수준부터 단백질이 각각의 기능을 하게 된다.

"GV1001은 3차원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세포에 붙느냐에 따라 새로운 효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 사장의 말이다. 리아백스주는 암세포에서 발현율이 높은 텔로머라제를 표적으로 한다. 텔로머라제가 많은 암 환자에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텔로머라제는 특히 췌장암에서 발현율이 가장 높다.

췌장암 말기 환자에게 리아백스주를 투여한 응급임상 결과, 암소가 축소되고 간전이가 소멸되는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다만 췌장암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GV1001이 효과를 나타내는 적응증을 늘려 추가 성장을 꾀할 계획이다.

GV1001의 적응증 확대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 등 다른 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방침으로,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전혀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송 사장은 "전립선비대증은 다음달께 국내 임상2상이 완료되면, 내년 2~3월 최종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며 "2상이 성공할 경우 바로 국내 3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국내에서 연내 임상2상 허가를 받아, 내년 1월부터 환자 모집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난치성질환인 알츠하이머는 2018년 말, 전립선비대증은 2019년 신약 허가를 목표하고 있다.

GV1001은 이미 안전성을 입증하고 시판 허가를 받았다.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임상1상이 필요치 않다. GV1001은 앞선 연구에서 성호르몬의 조절과 항염, 항산화 작용을 통해 전립선 비대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츠하이머와 관련해서는 동물 실험을 통해 주요 발병인자인 베타 아밀로이드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 및 염증 반응 억제를 확인했다.

송 사장은 "GV1001은 1062명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임상3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며 "아스피린이 해열제에서 혈전 용해제 등으로 적응증을 늘려가고 있는 것처럼 GV1001도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 최종 목표는 세계 시장

그는 "국내 시장으로 만족하지 않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블록버스터급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전했다.

전립선비대증과 알츠하이머도 미국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시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타에 따르면 세계 주요 7개국의 전립선비대증 시장은 2024년 44억9100만달러(약 4조9500억원)로 예상된다. 이 중 미국이 약 6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알츠하이머는 주요 7개국에서 2023년 121억달러, 미국에서는 76억달러(약 8조38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 사장은 "신약후보물질이 미국에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내 임무"라며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낼 수 있는 전문가에게 정확하게 용역을 주고, 지적재산권(IP)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등 연구개발 프레임이 잡혔다"고 했다.

전립선비대증과 알츠하이머 미국 임상2상 개시는 2018년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기업이 오래가려면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며 "이제 젬백스는 바이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고, 반드시 신약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