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23일 거래소에 따르면 KRX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후보자 면접을 진행하고 정 전 부위원장을 단독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2~3인의 후보가 추천되리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단독 후보 추천이 나오자 낙하산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낙하산 논란은 이미 정 전 부위원장이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거래소의 상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경수 현 이사장도 후보 등록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청와대가 정 전 부위원장을 내정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정 전 부위원장은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인수위 시절에는 경제 1분과 전문위원을 맡았고 정권 출범 후에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그 후 산업은행장과 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예상 밖의 단독 후보 추천에 거래소 노조는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선언하고 총파업 투표를 벌여 92%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거래소 노조는 정 전 부위원장의 단독 후보 추천을 "박근혜 정권이 사실상 내정한 것"이라며 "정 전 부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자본시장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노조는 당장 파업에 들어가지 않고 30일 주주총회 전까지 정 전 부위원장의 자체 사퇴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날 오후 2시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낙하산 인사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노초 측은 "기자회견 이후 거래소 주주인 증권사 사측에게 주주권의 올바른 행사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