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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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미국 중앙은행 의장)이 무대에서 내려오고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선 후보)가 그 자리로 올라왔다.

한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금리' 이벤트가 일단락되면서 이제 시장 관심은 미국 대통령 선거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오는 11월 8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정치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화두로 떠오른만큼 각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이벤트는 오는 26일 열리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1차 TV 토론이다. 현재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적은 상황에서 TV 토론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1980년 이후 9차례의 대선에서 1차 TV 토론 승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5차례로 집계됐다. 그리 높지 않은 확률이지만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작았을 때만 추려보면 상황은 다르다.

토론 전 지지율 차가 5%포인트(p) 이내였던 경우는 총 5차례였는데, 5번 모두 1차 TV 토론 승자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15일 이후 집계된 일반 여론조사 결과는 클린턴 45.0%, 트럼프 44.5%로 박빙이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TV 토론이 대선 결과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본다"며 "두 후보의 주요 공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TV 토론 이후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젊은층 이탈이 주 원인이다. 퀴니피악 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18~34세 연령층의 클린턴 대 트럼프 지지율 격차는 35%p(8월 25일)에서 20%p(9월 15일)까지 줄었다.

김 연구원은 "이번 TV 토론에서 클린턴 후보가 젊은층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가 선거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클린턴 공약의 주 포인트는 젊은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 당선 확률 하락은 트럼프 측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후보의 슬로건과 공약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레이거니즘'(미국 40대 대통령 레이건의 보수 정책)이다.

시장은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데,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기도 했다.

과거 레이건 정부의 환율 정책은 플라자 합의를 통한 달러 약세 유도였다. 트럼프 후보 역시 강달러가 미국 기업 경쟁력에 불이익을 초래하고 경제에 피해를 준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또 중국과 일본 등을 직접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환율 정책까지 레이거니즘을 답습한다면 그의 당선은 달러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의 환율 정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 모두 무역정책에 있어서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며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은 이같은 보호무역주의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