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맞아 해외 채권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해외 채권값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채권 가격에 이미 미국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돼 있는 데다 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인 중·장기채 금리가 미국 기준금리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2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140개 해외 채권형펀드에서 이달 들어 20일까지 1204억원이 빠져나갔다. 7월과 지난달 각각 4130억원과 2892억원이 몰렸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불거지면서 6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했다.

해외 채권형펀드는 올해 펀드업계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8764억원의 뭉칫돈이 해외 채권형펀드에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6조1187억원)와 해외 주식형펀드(-6606억원)가 밀려드는 환매로 몸살을 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체 유입 자금 가운데 97.83%(8535억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24개 펀드에 집중됐다. 특히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6789억원)와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1857억원), 미래에셋법인전용미국달러우량회사채월지급식(1296억원) 등 세 펀드에 1조원(9950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가 있었지만 수익률은 견고했기 때문이다. 140개 해외 채권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08%로 국내 주식형펀드(-1.04%)와 국내 채권형펀드(1.94%)를 압도했다. 미래에셋글로벌하이일드(10.07%) 등 10% 이상의 수익을 올린 펀드가 전체의 25.71%(36개)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내 한 번 정도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해외 채권형펀드에선 여전히 수익을 낼 기회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하 미래에셋운용 글로벌채권운용본부 상무는 “시장은 올초부터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1~2회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미 기준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분이 채권 가격에 반영돼 있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채권형펀드의 주 투자 대상인 만기 5년 이상 중·장기채 가격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장기채는 경기 전망이 나아질수록 금리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팀장은 “작년 12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단기채는 금리가 올랐지만 중·장기채는 큰 변동이 없었다”며 “경기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채권형펀드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반론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금리 차에 따른 이익이나 이자 수익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최근 2~3년간 해외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에 투자 사이클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