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던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2000선이 무너졌지만, 금리 동결에 힘이 실린 20일(0.49% 상승)엔 다시 2020선(2025.71)까지 올랐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연말까지 큰 폭의 주가 상승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금리 동결하면 당분간 '안도랠리'…중국 등 신흥국 투자는 신중해야"
◆불안한 장세 언제까지

한국경제신문이 9개 주요 증권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삼성·한국투자·현대·대신·키움증권, 신한·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을 상대로 한 설문에 따르면 센터장 9명 모두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이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옐런 의장의 발언 등으로 매파적(통화 긴축)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진한 미국 고용 및 물가지표가 연이어 나오고 북한의 핵실험과 뉴욕 테러 등이 발생하면서 동결 전망이 우세해졌다. 이날 연방기금금리의 선물가격을 기준으로 금리 인상 여부를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9월 인상 확률을 12%로 예상했다.

센터장들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당분간 세계 증시에 ‘안도 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연말까지 장기 박스권(코스피 1800~2100)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오는 10월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 선거, 11월 미국 대선 등 변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 12월 FOMC를 앞두고 금리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사례를 보면 9월 FOMC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석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보합 수준(0.07% 상승)에 머물렀다”며 “불확실성을 피하려면 내년 1월 이후 미국 경제지표나 기업 실적을 보면서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커지는 불확실성

낙폭이 컸던 주식이 반등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가 하락 폭이 컸던 에너지, 필수소비재, 소재 업종의 주가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낙폭이 큰 종목일수록 반등폭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등 신흥국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 전후 2개월(11월17일~2016년 1월16일) 동안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6.67% 하락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석 달 동안 신흥국 증시가 10% 이상 오른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전후해 발을 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Fed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거품이 끼었다는 경고가 쏟아지던 채권의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저점(0.8배)인 코스피지수 1800선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며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